'한시적 그렉시트'·국유자산 펀드 편입 등 논란…극적 타결

그리스 개혁안 수용과 3차 구제금융 협상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회의는 시작 전부터 난항을 예고했다.

앞서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이 11일, 12일 양일에 걸쳐 마라톤 회의를 열었으나 합의를 보지 못한 데 이어 열린 정상회의는 독일을 중심으로한 강경파와 프랑스 등의 유화파가 격돌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한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의제에 포함되고, 난데없이 국유재산 펀드 편입 요구가 불거지면서 회의는 진통을 거듭했다.

독일과 프랑스 정상은 12일 오후(현지시간)께 회담장에 도착하면서부터 가시 돋힌 설전을 벌였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막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한 반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협상이 힘들 것이라고 상반된 입장을 피력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독일이 그리스에 대해 최소한 5년 동안 한시적으로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그렉시트' 해법을 제안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그리스는 유로존에 잔류하거나 탈퇴한다"라면서 한시적 탈퇴는 고려 대상이 아님을 명확히 했다.

메르켈 총리는 회의장에 들어가기에 앞서 "가장 중요한 통화를 잃었다. 그건 바로 신뢰다"면서 "오늘 협상이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회의가 시작되면서 유로그룹이 유로존 정상들에게 전달한 합의한 초안 내용이 공개됐다.

이 초안에는 그리스가 채권단의 추가 개혁 요구를 거부할 경우 '한시적 그렉시트'를 요구받게 될 것이라는 조항이 들어 있었다.

전날 유로그룹 회의에서 독일 재무부가 작성한 문건에 한시적 그렉시트 제의가 들어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불러 일으킨데 이어 이 제의가 합의안에 포함된 것이 회의장 안팎에 충격을 주었다.

회의 소식통들은 이 조항에 대해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이 강력 반발하면서 회의가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날 새벽까지 격론이 벌어진 끝에 논란이 됐던 한시적 그렉시트 항목은 합의안에서 삭제됐다.

500억 유로의 국유자산을 국외의 독립적 펀드에 편입해 부채를 상환하도록 한다는 조항도 최종 합의에 걸림돌이 됐다.

그러나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이 펀드의 일부는 부채 상환용으로 하고 나머지는 성장을 위한 투자와 은행 자본 확충 등에 사용하겠다는 수정안을 받아들였다.

또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실사 수용 문제와 민영화 기구 독립성 강화 등의 문제도 논의에 많은 시간이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어려운 이슈 들에 대한 이견을 해소하고 타협점을 찾기 위한 이번 정상회의는 합의에 도달하기 까지 밤을 꼬박 새우며 장장 17시간이나 걸렸다.

이는 유로존 정상회의 사상 가장 오래 걸린 기록을 세운 것이라고 유로존 관측통들이 전했다.

(브뤼셀연합뉴스) 송병승 특파원 songb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