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동 걸린 퀄컴 '특허 장사'

'표준특허' 공정한 사용 방해
삼성 등 통신칩 제조사에
특정업체와 거래행위 제한

국내사 작년 특허료 2조 지급
칩 가격에 로열티 부과 않고
스마트폰에 매겨 폭리 취해
'특허권 갑질·로열티 폭리'…공정위, 연 2조 챙겨가는 퀄컴 정조준

국내 스마트폰업계엔 ‘퀄컴세(稅)’란 말이 있다. 퀄컴에 내야 하는 특허 사용료(로열티)를 정부에 납부하는 세금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삼성전자 등 국내 정보기술(IT)업체들은 매년 2조원 내외의 로열티를 퀄컴에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퀄컴세가 위법은 아니다. 로열티를 받는 것은 특허권자의 권리다. 그러나 대다수 업체가 활용할 수밖에 없는 ‘표준특허(기업들이 합의한 전 세계 공용 특허)’일 경우엔 얘기가 달라진다.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폭리를 취한다면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표준특허 준칙 무시하는 퀄컴

공정거래위원회는 퀄컴이 전 세계에 통용되는 표준특허 준칙인 프랜드(FRAND)를 무시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퀄컴은 1993년 표준특허로 지정된 무선통신 원천기술인 부호분할다중접속(CDMA)을 바탕으로 3세대(WCDMA)·4세대(LTE) 이동통신 분야에서도 핵심 표준특허기술을 개발했다. 퀄컴은 2014년 매출 기준으로 LTE 칩셋시장의 84%, CDMA 칩셋의 92%를 점유하고 있다.

특정 기술이 표준특허로 지정되면 연관 산업에 속한 업체들은 표준특허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표준특허 보유 업체는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갖게 된다. 합리적인 수준의 로열티를 받는 것을 허용하지만 특허권을 남용하진 말라는 의미의 ‘프랜드’가 표준특허 준칙으로 자리잡은 이유다.

퀄컴은 이런 준칙을 무시하고 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업계에 따르면 퀄컴은 삼성전자 등 경쟁 통신칩 제조업체들이 특허를 활용할 경우 “특정 스마트폰업체엔 제품을 팔지 말라”며 판매시장을 제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텔 등 일부 업체엔 아예 핵심 라이선스를 주지 않고 있다. 자사의 시장지배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경쟁사들의 성장을 막는 ‘경쟁제한’과 ‘시장봉쇄’ 행위에 해당한다. 시장지배력 남용을 금지한 공정거래법 위반이다.

◆과도한 특허 장사

퀄컴은 자사 표준특허기술이 포함된 통신칩을 생산해 스마트폰업체들에 공급한다. 그런데 로열티는 공급한 ‘통신칩 가격’이 아닌 ‘스마트폰 도매가격’의 2.5~5%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 부르는 ‘퀄컴세’다.

작년 회계연도(2013년 10월~2014년 9월) 한국에서 올린 매출은 총 60억9201만달러(약 6조8800억원)에 달했다. 퀄컴의 매출에서 라이선스비가 차지하는 비중(29.7%·2014회계연도 기준)을 감안할 때 국내 업체는 이 기간 2조원 안팎의 특허료를 퀄컴에 납부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퀄컴은 공급한 제품을 기준으로 로열티를 받는 게 옳다”며 “스마트폰 가격 기준으로 로열티를 받는 것은 제조업체들의 기술 개발에 무임승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열티 50% 이상 감소 기대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와 시정명령을 통해 퀄컴의 특허권 남용 행위를 근절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퀄컴이 특허권을 남용할 수 있는 시장 구조를 개선하고 시장지배력 남용 행위를 차단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과징금 규모보다는 시정명령의 내용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환영이다. 공정위의 조치가 확정되면 매년 퀄컴에 지급하는 로열티 규모가 줄어들 수 있어서다. 업계에선 퀄컴에 내는 로열티가 최대 50% 정도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관계자들도 공정위에 빠른 조치를 요청 중이다.

퀄컴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올초 중국 경쟁당국으로부터 1조원 규모 과징금과 로열티 부과 기준 개정을 명령받은 데 이어 한국에서도 제재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 프랜드(FRAND)

‘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의 약자. 표준특허는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방식으로 제공돼야 한다는 준칙이다. 필수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표준 특허’를 가진 업체들이 이를 무기로 횡포를 부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세종=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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