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회사차' 세금 매긴다] 탈세 수단된 '무늬만 회사차'…작년에만 세금 2조5000억원 샜다
수입자동차 등 법인(개인사업자 포함) 명의 고가차량에 대한 과도한 세제 혜택으로 매년 2조5000억원 이상의 세금이 새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8일 동숭동 경실련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량은 사적으로 이용하면서도 법인 소유로 등록함으로써 사실상 탈루되는 세금이 2014년 판매 차량 기준으로 2조5000억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경실련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 명의로 판매된 수입차와 5000만원 이상 국산차는 10만5720대이며 판매 금액은 7조4700억원이다. 법인이 5년에 걸쳐 구입비를 손비처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년 1조4942억원씩 손비처리되고 있다.

조순열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운영위원장(변호사)은 “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하면서도 법인 명의로 등록해 개인이 내야 하는 세금을 안 내는 경우가 많다”며 “이 금액이 5년간 2조5641억원으로 추정됐다”고 말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5년간 2조5641억원은 2014년 판매 차량만 대상으로 한 것이며, 차량이 매년 팔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년 2조5000억원 이상의 세금이 사실상 탈루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줄줄 새는 세금

업무용 차량을 통한 세금 탈루가 가능한 이유는 차값에 관계없이 손비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행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은 사업자의 업무용 차량에 한해 차값뿐 아니라 취득세, 자동차세와 보험료, 유류비 등 유지비까지 전액 손비처리를 허용하고 있다. 업무용 차량의 가격이 높을수록 소득세와 법인세의 과세 표준 금액이 줄어 개인 사업자와 법인의 세금을 크게 줄이는 구조다.

경실련은 고가 차량일수록 업무용으로 팔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비처리를 통한 세금 감면 효과가 커서다. 지난해 판매된 1억원 이상 수입차 1만4979대 중 83.2%(1만2458대)가 법인차였다. 2억원 이상 수입차의 경우 전체 판매량 가운데 업무용 차량 비율은 87.4%에 달한다. 5억9000만원인 롤스로이스 팬텀은 판매된 5대 모두 사업자의 업무용 구입이었고, 4억7000만원의 벤틀리 뮬산도 6대 모두 업무용으로 판매됐다.

○“손비처리 한도 3000만원으로”

업무용 차량은 조세 형평성도 크게 훼손하고 있다. 경실련이 지난해 판매된 BMW 520d, 제네시스 330을 분석한 결과 개인 소비자들은 5년간 취득세, 자동차세 등으로 4700억여원의 세금을 납부했지만, 개인사업자와 법인은 6300억여원의 법인·소득세를 면제받았다. 같은 차량을 몰아도 내는 세금이 차이나는 것이다.

고계현 경실련 사무총장은 “사업자에게 과도한 세제혜택을 주면서 조세 형평성 훼손은 물론 개인 소비자 권익 침해 등의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업무용 차량 가격의 3만캐나다달러(약 2684만원)까지만 손비처리를 해주는 캐나다 모델을 국내에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캐나다 방식을 적용할 경우 연간 1조5000여억원의 세금을 거둘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실련은 구체적 제도 개선 방안으로 업무용 차량의 업무목적 사용 증빙, 차량 구입 가격 3000만원을 기준으로 초과 금액에 대한 손비처리 제한, 업무용 사용 비율에 한해 유지비 등 손비처리 허용 등을 제시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