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시민, 은행영업 정지 지속되자 불안감 드러내기도
"유로존 협상 타결돼도 그리스 달라질까" 기대 사라져


또 한 번의 '운명의 날'을 맞은 7일(현지시간) 그리스는 지쳐가고 있었다.

아테네 중심가인 에르무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이날 브뤼셀에서 중대한 협상이 잇따라 열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별다른 기대감이나 긴장감을 보이진 않았다.

야니스라고만 밝힌 청년은 "불행하게도 오늘 협상이 타결돼서 내일부터 그리스가 달라질 거라고 예상하지는 않는다"며 "오늘 밤이라고 마법이 일어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아마 많은 사람들이 오늘 저녁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TV나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겠지만 별로 기대하진 않을 거 같다"며 "2주 동안 방송에선 매일 '오늘이 중대한 날'이라고 했지만 오늘까지 결정된 건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여자친구인 마리아는 언제 은행 통장에 있는 돈이 줄어들지 몰라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는 은행문을 닫는 일은 없을 거라고 했지만 닫았고, 1주 뒤면 열겠다고 했지만 더 늘었다"며 "이젠 헤어컷(예금자 손실 부담)이 없을 거라는 말도 믿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국가가 사실상 부도를 낸 지 1주가 지나고 은행 영업이 정지된 지 9일이 지나면서 그리스인의 불안은 커져가고 있었다.

현금자동출금기(ATM) 앞에는 하루에 찾을 수 있는 한도인 60유로(약 7만5천원)를 뽑으려는 시민들로 줄을 선 광경은 이제 일상이 됐다.

20유로짜리 지폐가 떨어져 60유로를 다 찾을 수 없는 ATM이 늘었다는 목격담들도 파다했다.

신타그마 광장 인근 약국의 약사는 자본통제로 약품 수입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감기약이나 진통제 같은 OTC(일반의약품) 말고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불안은 커졌지만 아테네의 겉모습은 여전히 차분했다.

시내 곳곳의 카페 야외석에는 커피와 담배를 즐기는 손님들이 끊이지 않았고, 시청 소속 청소원들은 길가의 쓰레기들을 쓸어 담았다.

신타그마 광장에는 복권을 파는 노점상이 이날도 파라솔을 펼치고 자리를 잡았다.

광장에서는 국회의사당을 등에 지고 그리스 소식을 전하는 외국 방송사 기자들의 목소리에서만 긴박감이 흘렀다.

(아테네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justdu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