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위기를 지켜보는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채권단과 그리스 정부 사이에 견해차가 계속되는 데다 신뢰 또한 부족해 협상 타결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는 견해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7일(현지시간) 런던 금융가에 따르면 JP 모건은 채권단 협상안을 거부한 국민투표 결과를 반영해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이탈)를 기본 시나리오로 상정했다.

JP 모건은 그렉시트 가능성이 더욱 커짐에 따라 유로존 성장에 상당한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유로존 내 전염 가능성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적극 대응할 것으로 예상되고, 그렉시트가 그리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경우 오히려 다른 국가에서 주류 정당에 대한 지지율 확대의 계기가 될 수 있어 정치적 전염 현상도 크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JP 모건은 그렉시트 가능성을 65%로 보고 있으며 유로존 잔류는 ECB의 긴급유동성지원(ELA) 한도 증액과 알렉시스 치프라스 정권 퇴진 후 새로운 연립정부 구성을 전제로 막판 협상이 타결될 경우 가능할 것으로 봤다.

모건스탠리도 투표 결과 그리스 정권 교체 가능성이 더욱 낮아짐에 따라 경기침체와 예금 인출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자본통제 아래 유로화와 IOU 등을 함께 사용하는 병행 통화체제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하고 그렉시트 가능성을 이전의 60%에서 75%로 높였다.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 잔류를 위한 추가 긴축 조치, 치프라스 정권 유지 등은 공존하기 어려운 것들인 만큼 단기적으로 채권단과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자금 부족이 불거질 때마다 같은 유형의 위기기 반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역시 투표 결과로 유럽 핵심국 내 여론이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을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온건한 입장을 유지해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정책적 운신의 폭이 매우 제한될 것으로 BOA는 분석했다.

유럽 각국 정부들이 그리스 투표 결과로 ECB의 추가 유동성 공급이 거의 불가능한 가운데 그리스 경제 붕괴가 계속돼 그리스 측 협상 주체가 전면 교체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이런 기대가 실현되지 않으면 그렉시트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씨티 역시 투표 결과는 단기적으로는 그리스 정부의 승리라고 볼 수 있지만, 그리스 정부와 채권단 간 상호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더 나은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기에는 어렵다고 봤다.

씨티는 협상 실패로 그리스에서 조기총선이 실시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주변국 국채 스프레드 등 시장 지표들은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시장참가자들이 막판 타협 가능성과 전염을 막기 위한 ECB의 대응 등을 기대하는 것과 유로존 내 그리스의 경제 비중이 크지 않은 데 따른 현상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그리스 사태가 순조롭게 해결될 가능성이 점차 줄어들면서 단계적으로 스프레드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