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이재용 부자-최태원-정몽구 회장 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서경배 회장이 보유한 상장사 주식 가치가 12조원을 넘어서면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제치고 국내 주식부호 1위로 올라섰다.

올해 상반기 서경배 회장의 보유주식 평가액이 6개월 새 무려 6조원이 넘게 불어난 데 따른 것이다.

재벌닷컴이 2일 상장사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대상으로 보유 상장사 주식 자산을 조사한 결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보유 주식은 12조804억원 규모로 연초의 6조741억원보다 무려 98.9% 증가했다.

이에 따라 아모레, 아모레G 등 서 회장의 보유 주식 가치는 국내 1위가 됐다.

서 회장의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개성상인 고(故) 서성환 회장이 1945년에 창업한 '해방둥이' 화장품 회사 태평양화학공업에서 출발, 1973년 4월 증시에 상장했다.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고서 2011년 4월 태평양을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으로 변경하면서 화장품 주식 '태평양'은 주식시장에서 사라졌다.

현재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는 아모레G와 아모레G우,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퍼시픽우 등 4개 종목이 상장돼 있다.

서 회장의 보유 주식 가치가 급증한 것은 9.08%와 51.35%의 지분을 각각 보유한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G(아모레퍼시픽그룹)의 주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주가 상승은 이 회사 화장품이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등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면서 기업 실적이 좋아진데다가 한개의 주식을 여러개로 나누는 주식 액면분할을 한 효과도 봤다.

장기간 국내 주식부호 1위 자리를 지키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이번 조사에서 보유 주식가치가 11조8천360억원으로, 연초보다 5천147억원(4.2%) 줄어 주식부호 순위도 2위로 밀렸다.

3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이 부회장의 보유 주식 가치는 9조442억원으로 연초보다 2천321억원(2.5%) 감소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주식 자산은 연초보다 8천985억원(23.7%) 늘어난 4조6천962억원으로 4위를 차지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부자의 주식자산은 지난 2월 현대글로비스 주식 매도와 현대차 등 계열사의 주가 하락으로 인해 올들어 3조6천원가량 준 것으로 집계됐다.

정몽구 회장은 보유 상장 주식 자산이 연초 5조9천405억원에서 4조4천634억원으로 1조4천771억원(24.9%) 줄어 주식부자 순위도 5위로 밀려났다.

정의선 부회장도 주식자산이 연초의 절반 수준인 2조174억원으로 감소해 주식부호 순위 10위에 그쳤다.

올해 보유 주식 가치가 1조원 넘게 늘어난 주식부호는 서경배 회장을 포함해 이재현 CJ그룹 회장,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4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CJ 주가가 연초의 배로 오른 덕분에 주식 자산이 1조5천761억원(78.85) 증가한 2조8억원으로, 6위를 차지했다.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연초 2천999억원에서 3조2천728억원으로, 무려 2조9천730억원(991.4%)이나 급증했다.

임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한미사이언스 주가가 연초 1만5천200원에서 15만8천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슈퍼 개미'로 유명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 주식 투자로 단숨에 주식부호 15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미사이언스 지분 12.09%, 한미약품 지분 9.13%를 보유한 신 회장은 연초 1천942억원이던 주식자산이 1조5천49억원으로 1조3천106억원(674.8%) 증가했다.

신 회장이 지분을 100% 갖고 있는 한양정밀은 지난해 매출액이 1천130억원, 당기순익이 188억원에 불과한 비상장 기업이다.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도 보유 상장 주식자산이 1조6천85억원으로, 연초보다 6천312억원(64.6%) 늘어나면서 주식부자 12위에 올랐다.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은 주식자산이 연초보다 9천41억원(140.8%) 증가한 1조5천463억원으로, 14위를 차지했다.

조창걸(19위) 한샘 명예회장의 주식자산도 1조3천880억원으로 연초보다 7천385억원(113.7%) 증가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