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씨카드, 5년간 개발 모바일카드기술 '무상 개방'
비씨카드가 300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KS규격의 모바일카드 원천기술(소스코드)을 무상으로 공개한다. 앞으로 모바일카드를 발급하는 모든 금융회사는 비씨카드의 모바일카드 소스코드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서준희 비씨카드 사장(사진)은 29일 이와 관련해 “해외 카드사 등에 종속되지 않는 독자적 국내 핀테크(금융+기술)시장을 키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씨카드 실무진은 애써 개발한 모바일카드 기술 및 노하우 무상 공개에 반대했지만, 서 사장이 비자·마스타 등 국제 브랜드 카드사에 지급하는 수수료 유출을 모바일카드에선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며 결단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원천기술 무상 공개

비씨카드, 5년간 개발 모바일카드기술 '무상 개방'
비씨카드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자체 보유한 KS규격의 모바일카드 발급 소스코드를 무상으로 모든 금융회사와 스타트업(신생 벤처업체)에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비씨카드가 공개하는 소스코드는 모바일카드의 발급과 결제에 이르는 전 과정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기술이다. 비씨카드가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공동으로 모바일카드 국내 표준인 KS규격을 만들어 2011년 정부의 공식 승인을 받았다.

비씨카드가 소스코드 공개를 결정하면서 국내 카드사와 은행, 증권사 등은 추가 비용 없이 모바일카드 발급이 가능해졌다. 비씨카드 측은 공개된 소스코드를 이용하면 최소 6개월 이상 걸리던 모바일카드 개발 기간이 1~3개월로 단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씨카드는 앞으로 소스코드 외에 모바일카드와 관련해 축적한 운영 노하우도 업계에 제공할 계획이다. 서 사장은 “협력을 통해 국내 모바일카드 시장 활성화를 모색하자는 것”이라며 “지금의 플라스틱카드와 마찬가지로 모바일카드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국부 유출을 예방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해외 지급 수수료 절감

비씨카드에 따르면 처음에 모바일카드 소스코드 공개 얘기가 나왔을 때 실무진은 강하게 반대했다. 5년에 걸쳐 독자적으로 개발한 원천기술을 무상으로 제공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었다. 그러자 서 사장은 “국제 브랜드 카드사에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하는 돈이 연간 1000억원에 달한다”며 “비씨카드가 앞장서 국부 유출을 막아야 한다”고 설득했다.

비씨카드의 소스 개방으로 국제 브랜드사에 기술 종속 없이 국내 모바일카드 결제환경 구축이 가능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비씨카드에 따르면 국내에서 사용되는 플라스틱카드 가운데 60~70%가 비자·마스타 등 국제 브랜드 카드사에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비자 기준으로 해외 카드 사용액의 0.2%, 국내 카드 사용액의 0.04%를 브랜드 카드사는 수수료로 챙긴다.

다만 국내 카드사들이 비자·마스타카드의 모바일카드 표준을 사용하고 있는 점은 해외 브랜드 카드사로부터 독립하는 데 최대 난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씨카드 측은 이번에 공개된 소스코드를 활용해 국내 전용 모바일카드를 발급하면 국제 브랜드사에 지급하는 로열티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아직 모바일카드 사용 비중이 높지 않지만 향후 모바일카드 확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하루빨리 국내 표준을 정착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서 사장은 “다른 금융회사는 물론 스타트업과도 활발히 교류해 지속적으로 이번 서비스를 확대·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