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 동시 추진으로 힘 실려…미국 등 견제 주목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공식 서명까지 마치면서 중국이 세계적 영향력 확대를 위한 '날개'를 달고 경제질서 '새판짜기'에 나설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29일 오전 베이징(北京)에서 AIIB 회원국 전체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AIIB 협정문 서명식'을 개최, 출범 준비를 사실상 완료했다.

이로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10월 동남아 순방 중 아시아 지역 개도국들의 인프라 자금을 지원하는 국제금융기구를 만들겠다고 공언하며 설립을 추진한 AIIB가 '흥행 성공'을 최종 확인한 셈이다.

AIIB는 창립회원국으로 한국과 영국 등 미국의 전통적 우방을 포함해 57개국의 동참을 이끌어내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중국 입장에서는 외교·안보 문제를 놓고 대립하는 미국과 일본이 지배구조, 조직의 투명성 문제 등을 내세워 불참한 가운데 거둔 성과여서 더욱 빛을 발했다.

중국은 이를 계기로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구사하는 미국의 견제를 돌파하며 동북아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동시에 세계 경제질서 재편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AIIB 설립 추진에 나선 배경을 살펴보면 이런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린다.

중국 안팎 전문가들은 중국이 AIIB에 적극 나선 것은 '넘치는'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자국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과 수출을 촉진하는 데 있다고 분석해왔다.

국내적으로는 과잉생산을 해소하고 대외적으로는 중국 경제의 확장을 도모하기 위한 새로운 날개를 달려는 전략적 포석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여기에 브릭스(BRICS)개발은행(초기 자본금 500억 달러), 중남미 지역 투자기금(자본금 250억 달러), 실크로드 기금(400억 달러), 상하이협력기구(SCO) 개발은행 설립 등 국제금융기구 설립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중국은 이처럼 다양한 기구를 한쪽 날개로 만들면서 시 주석의 신(新)경제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를 함께 추진해 다른 한쪽 날개를 키우며 앞으로 나아가는 동력을 강화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3월 "일대일로 건설은 기존의 지역 협력체나 제안들과 달리 함께 하는 국가들의 발전전략을 서로 잇고 장점을 서로 보완하자는 것"이라며 "이미 60여개 국가와 국제기구가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보였다"고 밝혔다.

중국이 이런 '양쪽 날개'로 새로운 경제질서 재편이라는 목표를 향해 멀리 날기 위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이다.

시 주석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국제질서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사실상 미국 주도의 현 세계 질서의 문제점을 우회적으로 겨냥해 왔다.

새로운 금융기구를 통해 반세기 이상 지속해온 미국 중심의 경제질서에 맞서고 G2(주요 2개국)로 부상한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일대일로를 추진해 주변국을 비롯한 글로벌 영향력을 더욱 키워간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중국의 이런 행보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의 견제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중국의 새판짜기가 출발만큼 순조롭게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미국 주도의 국제기구들도 점점 힘을 얻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12개국이 참여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1개국의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등도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IB는 이날 서명식 이후 10개 회원국이 협정문을 비준해 의결권을 50%만 넘기면 공식 가동에 들어간다.

올해 연말 이전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상하이연합뉴스) 이준삼 한승호 특파원 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