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29일 그리스발(發) 악재에 대체로 하락 흐름을 보였다.

이날 코스피는 오전 11시 11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31.35포인트(1.50%) 내린 2,058.91을 나타냈다.

같은 시간 일본 도쿄 증시에서 닛케이평균주가는 1.87% 하락한 20,319.93를 기록했다.

호주 S&P/ASX 200 지수도 1.76% 내려간 5,448.30에 거래됐다.

다만 중국 증시는 그리스 악재보다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지준율)의 동시 인하에 더 큰 영향을 받는 모양새를 나타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47% 오른 4,254.41로 나타났다.

아시아 증시가 대체로 약세를 보인 것은 지난 주말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의 협상이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투자심리가 급속히 나빠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리스는 국제 채권단의 구제금융 협상안을 거부했고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도 국민투표를 마칠 때까지 구제금융을 연장해달라는 그리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로그룹이 그리스의 구제금융 연장 요청을 거절함에 따라 구제금융 프로그램은 이달 30일 끝난다.

그리스 디폴트(채무 불이행)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로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것이라는 우려감이 시장에 퍼지고 있다.

시장이 그동안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을 반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지난주 협상 타결 가능성에 무게를 뒀기 때문에 단기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협상이 되는 쪽으로 쏠려 있었는데 디폴트에 돌입하고 그렉시트 가능성이 나오면 조정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스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유로화 약세도 가시화하고 있다.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오전 10시 47분 현재 유로화는 1유로당 1,1001달러에 거래돼 지난 주말 대비 1.5% 떨어졌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그리스의 디폴트에 이어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유로 약세 현상이 펼쳐졌다.

최근 그리스 위기는 그리스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유로화는 더 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IHS 글로벌 인사이트의 라지브 비스와스 이코노미스트는 "최악의 경우 그리스의 위기가 스페인, 포르투갈로 전염돼 이들 국가들 역시 유로존을 이탈할 수 있다는 의심을 투자자들이 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유로화 가치는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WSJ도 "그동안 낙관론을 편 투자자들이 그리스의 '벼랑 끝 전술'이 초래한 결과로 (그리스 사태의 원만한 해결에) 의구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