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부터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한국 정부 사이에 진행 중인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이 2차 심리에 돌입한다.

미국 워싱턴DC 소재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는 29일(이하 현지시간) 한국 정부와 론스타 관계자 등 소송 당사자와 대리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2차 심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참석자들이 28일 전했다.

열흘간 진행되는 이번 2차 심리는 외환은행 매각승인 절차에 주안점을 뒀던 1차 심리와는 달리, 론스타에 대한 한국 정부의 과세가 적정했는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벨기에에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 형태의 자회사들을 통해 2001년부터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 외환은행, 극동건설, 동양증권 빌딩 등을 사들였던 론스타는 이를 매각해 4조6000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올렸고,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8000억원대의 세금을 부과했다.

론스타는 자신들의 투자행위가 '한-벨기에·룩셈부르크 투자협정(BIT)'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만큼 한국 정부의 과세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우리 정부는 론스타 자회사들이 조세회피 목적으로 만든 '도관회사'들로서 투자협정과 무관한 만큼 세금부과가 당연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번 심리는 론스타 측의 주장과 우리 정부의 반론을 청취하는 구두심문에 이어, 당시 과세결정에 관여했던 정부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출석해 심문에 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론스타는 한국 정부의 외환은행 매각 지연과 불합리한 과세로 무려 46억7천900만 달러(한화 5조10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봤다며 2012년 11월21일 ISCID에 중재를 신청해 지난 5월15일 ICSID에서 1차 심리가 열렸다.

1차 심리에서는 외환은행 매각승인 절차 등을 둘러싼 구두심문과 전광우·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등 관련 증인들에 대한 심문절차가 진행됐다.

복수의 소식통은 1차 심리를 마친 뒤 "우리 정부 측이 최선을 다해 대응했고 전체적으로 설명이 잘됐다고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이번 심리를 참관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정부 측에 요청했으나, 정부 측이 중재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참관을 거부했다고 송기호 민변 국제통상위원장이 지난 18일 밝힌 바 있다.

민변은 이번 소송과 관련해 정보 공개를 청구하는 소송을 29일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근희 한경닷컴 기자 tkfcka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