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국민보건과 일자리 짊어진 삼성 리더십
하필이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과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동시에 닥쳤다. 중동을 다녀온 1번 환자가 평택성모병원에서 이송된 순간부터 삼성서울병원은 흔들렸다.

삼성서울병원은 이병철 창업주가 1982년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직할로 운영한다. 와병 중인 부친 대신 새로 이사장을 맡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울음을 삼키며 머리 숙여 사과했다. 위급환자가 전국에서 도착하는 응급실이 감염에 취약한 것이 문제였다. 병원을 새로 짓는 각오로 전면 쇄신해야 한다.

두터운 방호복을 입고 감염 공포를 견디며 구성원이 일치단결해 환자를 돌보고 있다. 일부 야당 의원은 과거사를 들춰내 폄훼하면서 삼성서울병원의 사회환원을 들먹인다. 공익재단은 사재를 대가 없이 출연해 이미 사회환원한 것이다. 이익은 한 푼도 챙길 수 없고 비리가 드러나면 횡령배임죄로 교도소행이다. 혹시 정부가 헌납받아 직접 운영한다는 뜻이라면 제발 참아야 한다. 당론으로 정하기 전에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에게 꼭 물어봐주기를 당부한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 제품이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으며 그룹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대주주 자금 동원능력을 초과하는 성장이 지속되면서 경영권 문제가 대두됐다. 그룹의 뿌리로서 계열사 주식 상당수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대안으로 채택됐다. 양사 이사회가 합병을 결의한 지 1주일 만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7.12%의 삼성물산 지분을 들고 합병비율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해외 펀드 공세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뉴브리지캐피털과 론스타처럼 과반수 지분으로 경영권을 인수해 일정 기간 경영하다가 매각하는 방식이 전통적이다. 과반수 미만의 적은 지분으로 판을 흔드는 소버린, 타이거펀드, 칼아이칸과 엘리엇 유형도 있다. 이들은 지배구조 개선 또는 소액주주 보호라는 ‘천사표 올무’를 들고 단기차익을 노린다. 주주제안으로 사외이사 선임을 밀어붙여 경영권 다툼을 부각시키며 주가를 띄우고 슬그머니 팔고 떠나는 코스다.

경영권 방어 부담은 무겁다. 소버린 사태에서 영국계 펀드 헤르메스는 주주 자격으로 SK의 우선주 매입소각을 압박했다. SK가 이를 수용하자 칭찬서한을 보냈고 SK는 이를 공시했다. SK 우선주는 액면 5000원 기준으로 1% 우선배당 대신 의결권이 없다. 보통주 주가가 20만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우선주의 50원 추가배당은 무의미해 주가가 보통주의 40% 수준에서 형성됐다. 헤르메스의 압박으로 매입소각을 결정하자 우선주 가격은 폭등해 보통주의 93.5%까지 치솟았다. 의결권 없는 우선주 매집은 공시의무가 없기 때문에 매입 주체를 알 수 없지만 외국인 지분율이 대폭 상승한 점은 확인됐다. 필자가 일간지 칼럼에서 문제를 지적한 며칠 뒤 헤르메스는 사회공헌 홍보물을 담은 우편물을 보내왔다. 당시 삼성물산도 같은 요구를 받았으나 거절했다. 최근 엘리엇 출몰과 함께 우선주 급등 사태가 재발한 것도 수상하다.

합병비율은 세법에서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어기면 불공정합병이익으로 간주해 대주주에게 최고 50%의 증여세를 부과한다. 상장회사의 경우 자본시장법이 정하는 방식에 따르면 불공정합병 과세가 배제된다. 상장회사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경우 주가 기준 합병비율이 자본시장법 강행규정이고 양사가 이를 준수했다. 혹시 엘리엇의 강요에 따라 합병비율을 달리 정하면 국세청은 대주주 개인별로 산정한 불공정합병이익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해야 한다.

근래에 와서 적대적 인수합병은 국제적으로 감소 추세다. 사업부문 분할매각과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자리가 대폭 줄어드는 문제점 때문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우호적 합병은 시너지와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어차피 메르스는 한철 메뚜기고 엘리엇도 전리품을 챙겨 떠나겠지만 국민보건과 일자리로 사업보국(事業報國)하는 창업정신을 이을 삼성 리더십의 책임은 무한하고 막중하다.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leemm@kore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