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고액 자산가를 확보하기 위한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주로 수시입출금식예금, 정기 예·적금에만 관심있는 일반 고객에 비해 부자들에게 방카슈랑스로 펀드 등을 판매해 적지 않은 수수료 수익을 올릴 수 있어서다.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부자 고객 확보전에서 앞서나갔다. 고객 수 증가율은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국민·신한은행 '부자 고객' 유치전서 선두 경쟁
○부자 고객 확보전 승자는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국내 ‘빅5’ 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의 1억원 이상 금융자산 보유 고객은 103만8000여명에 달했다. 지난해 말(99만2500여명)보다 약 4.5% 늘어났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32만4000여명에서 34만2000여명으로 5.5%(1만8000여명) 증가했다. 우리은행의 금융자산 1억원 이상 고객은 13만2000여명에서 13만9000여명으로 7000명가량 늘었다. 부자 고객 수는 다른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적지만 증가율은 5.3%로 국민은행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다음으로 농협은행이 14만4500여명에서 15만2000여명으로 약 5.2% 증가했다. 신한은행(21만2000여명→22만여명)과 하나은행(18만여명→18만5000여명)의 증가율은 3.8%와 2.7%였다.

5대 시중은행 고객 중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인 고액 자산가 수도 급증했다. 지난해 말 2만6390명에서 지난 4월 말 2만8280명으로 7% 이상 늘었다. 은행별 증가율은 국민은행이 8.33%(7200여명→7800여명)로 가장 높았고, 우리은행이 3840여명에서 4130여명으로 7.55% 늘어 2위를 차지했다. 신한은행의 10억원 이상 고액 자산가는 7300여명에서 7800여명으로 6.84% 증가했다. 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고액 자산가 수가 6.06%, 4.54% 늘었다.

○부자 고객 늘려 수수료 수익↑

은행들은 다른 은행이나 증권사의 부자 고객을 새로 유치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부분 은행 예금 외에 부동산·증권 등에 4억원 이상의 여유자산을 운용하는 사람들이다.

국민은행은 최근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자산관리 연수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했다. 일반 연수프로그램은 이수 커트라인이 60~70점인데, 고객자산관리(WM) 관련 연수프로그램 이수 커트라인은 80점으로 높였다. WM 관련 연수프로그램에는 펀드 등 파생상품과 방카슈랑스 판매 자격증이 있는 직원만 신청할 수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윤종규 회장 취임 이후 단순한 창구 영업에서 벗어나 사후 자산관리 쪽으로 영업전략을 대대적으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기업영업과 연계해 부자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일선 프라이빗뱅킹(PB) 담당직원과 기업금융전담역(RM)이 공조해 거래기업 임원을 신규 고객으로 유치하는 방식이다. 부자 고객 유치는 수익성 확보 때문이다. 고액 자산가를 고객으로 끌어들이면 예·적금 상품 외에 방카슈랑스 등을 판매해 수수료 수입을 늘릴 수 있다는 게 은행들의 판단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