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업계 1위 한샘이 경기에 국내외 디자인 기업과 대학, 전시관을 한데 모으는 디자인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또 강원도와는 환경친화적인 문화도시를 개발하는 방안에 대한 협의를 시작했다. 창업자인 조창걸 명예회장의 지시에 따라 미래 사업으로 ‘도시개발’을 선정하고 본격적인 실행에 들어간 것이다. 2013년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넘긴 한샘의 고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도시개발 사업을 통해 10조원, 100조원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샘, 도시개발서 미래 먹거리 찾는다
○강원에 힐링 자족기능 갖춘 문화도시

한샘은 조 명예회장의 뜻에 따라 우선 디자인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했다. 올초부터 경기도 등과 클러스터 부지를 놓고 협의 중이다. 한샘 측은 “가구뿐 아니라 패션 등 각 분야의 디자인 기업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 기업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강원도에는 엔터테인먼트와 힐링을 결합한 자족도시 건설을 제안했다. 핵심 콘셉트는 ‘어메니티(amenity)’다. 어메니티는 인간이 문화적·역사적 가치를 지닌 환경과 접하면서 쾌적함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강원을 택한 건 자연이 잘 보존돼 있을 뿐 아니라 카지노, 리조트 등이 두루 발달해 있어 힐링과 문화를 결합한 도시로 개발하기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강원도 관계자는 “한샘이 신선한 제안을 해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측은 수차례 협의를 하고 계획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장소는 원주, 춘천 등이 거론되고 있다. 강원도가 소유한 땅이 많은 도시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개발을 위해 필요한 예산은 지방자치단체,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을 통해 조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샘은 이들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도시개발 연구와 아이디어를 제공할 방침이다. 수익은 아이디어 비용을 받아 올리는 방식이다. 민간 기업이 막대한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도시개발에 뛰어들 수 있는 이유다. 한샘 관계자는 “전부 직접 만드는 건 아니지만 컨설팅 등을 통한 참여로 창조도시 조성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개발 모델은 ‘실리콘밸리’

도시개발은 조 명예회장이 오래전부터 한샘의 미래로 제시한 비전이다. 부엌가구에서 시작해 종합가구 기업으로 성장한 한샘이 공간을 디자인하는 기업을 거쳐 궁극적으로 가야 할 방향이라는 게 조 명예회장의 생각이다.

지난 3월 그는 ‘한국판 브루킹스 연구소’ 설립을 발표하며 “한샘은 도시를 변화시키고, 나아가 새로운 도시를 개발하는 회사로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클러스터 등을 조성해 규모는 작아도 창조력이 원천이 되는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리콘밸리를 사례로 들었다.

한샘은 이미 오래전부터 도시개발을 위한 준비를 했다. 10년 전부터 중국 칭화대에 도시개발 연구비를 지원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조 명예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2012년 만든 연구재단 ‘한샘드뷰’의 핵심과제도 도시개발이다. 작년에 실리콘밸리에서 임원회의를 한 것도 도시개발 모델을 벤치마킹하기 위해서였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