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열린 세계 최대 방위산업전시회 ‘파리에어쇼’의 주인공은 항공기 제작업체 에어버스였다. 에어버스가 전시회 기간 1주일 동안 수주한 항공기는 421대. 경쟁사인 보잉(331대)을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에어버스 고위 관계자는 “에어버스의 빠른 성공 뒤에는 해외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항공기를 사준 대한항공의 결단이 있었다”며 “에어버스에 대한항공은 죽마고우이자 은인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에어버스는 1970년 중단거리용 항공기 A300 개발에 들어갔다. 독일 영국 프랑스 스페인이 공동으로 세운 에어버스는 미국 보잉이 장악한 시장을 흔들겠다며 야심차게 항공기 제작에 뛰어들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검증되지 않은 A300을 구매한 건 에어프랑스 등 유럽 항공사뿐이었다.

이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곳이 대한항공. 에어버스의 항공기 제작 능력을 믿은 대한항공은 1974년 A300 3대 구매를 결정했다. 대한항공과의 판매계약에 성공한 에어버스는 이후 해외 진출에 탄력을 받았다. 지난해 에어버스가 인도한 항공기 수는 세계 최다인 629대였다.

에어버스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2011년 동북아시아 항공사 최초로 에어버스 초대형 항공기 A380을 구매했다”며 “우리는 대한항공과 항공기 부품을 공급받는 협력 관계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1989년부터 에어버스에 항공기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최신예 기종인 A320NEO, A330NEO의 에너지 절약형 날개 구조물인 샤크렛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40년가량 항공기를 운용한 결과 에어버스의 기술력에 만족한다”며 “파리에어쇼에서 A321NEO 50대를 구매한 것도 두 회사의 오랜 협력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