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선심사업'에 줄줄 샌 혈세…고속도로, 10곳 중 2곳 이용률 50%도 안돼
일부 지역에서 선심사업으로 건설된 고속도로의 이용률이 당초 예측보다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부터 2009년 사이에 개통한 고속도로 10곳 중 2곳의 이용률은 50%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18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14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09년까지 개통한 고속도로를 분석한 결과, 전체 44개 중 9개가 건설 전 예측했던 교통량 대비 실제 이용률이 50%를 밑돈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총공사비가 500억원이 넘는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해서는 경제성(교통량), 해당 지역의 필요성 등을 따지는 타당성조사를 거쳐 사업 여부를 결정한다. 특히 예산이 수천억원 이상 들어가는 고속도로의 경우 교통량을 제대로 예측했는지 개통 5년 이내 경제성을 사후평가해야 한다.

사후평가 결과를 보면 2006년에 개통한 88고속도로의 옥포~성산 구간의 경우 예측 교통량은 연 5만342대였지만 실제 교통량은 연 1만1280대에 그쳤다. 이용률로 따지면 22%에 불과했다. 이 사업엔 2193억원의 예산이 쓰였다. 또 2959억원이 투입된 동해선의 현남~하조대 구간 이용률은 25%였다. 익산포항선의 익산~장수 구간(총사업비 1조3077억원), 고창담양선의 강릉~장성 구간(총사업비 3542억원)의 이용률도 40%를 넘지 못했다.

2001~2009년 개통한 고속도로 중 이용률이 100%를 넘긴 곳은 서해안선의 당진~서천 구간(102%), 영동선의 횡계~강릉 구간(103%), 서울외곽선의 판교~퇴계원 구간(119%) 등 5개에 불과했다.

나유성 국회예산정책처 사업평가관은 “일부 고속도로는 교통량을 과다 추정해 정부의 재정 부담이 증가하고 결국 그 부담은 국민이 떠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세종=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