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로 얼굴 찍어 보내면 계좌 개설…맞춤형 '자동 자산관리'도 척척
미국 일본 유럽에선 2000년 무렵부터 인터넷전문은행이 출현하기 시작해 관련 시장이 상당히 성숙됐다. 일반은행과 경쟁해 3% 안팎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곳도 적지 않다. 최근 들어선 모바일전용은행 등 새로운 핀테크 분야로 사업 영역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프랑스 BNP파리바가 40대 이하 젊은 층을 잡기 위해 2013년 선보인 헬로뱅크는 프랑스 벨기에 등 4개 유럽 국가에서 약 80만명의 고객을 확보했다. 베아트리스 코사 뒤뮈르지에 BNP파리바 최고운영책임자는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공간에서 활동하는 젊은 층이 주요 고객”이라며 “현재 계좌를 개설한 사람들 중 절반이 기존에 BNP파리바와 전혀 거래가 없던 이들”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금융서비스로 무장한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금융 소비자들의 생활을 바꿔놓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인터넷은행인 찰스슈워브뱅크는 올초 ‘인텔리전트 포트폴리오’라는 로봇 자산관리 서비스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말레네 베이츠 찰스슈워브뱅크 고객전략담당 부사장은 “약 2조5000억달러의 자산을 굴리는 찰스슈워브는 이 시스템을 1만4000명의 독립펀드매니저(RIA)에 제공한다”며 “핀테크를 활용해 찰스슈워브만의 알고리즘을 완성해 고객에게 돌려줄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RIA에서 매년 총 투자금의 0.1%를 수수료로 받는 것이 주요 수익원이다. 베이츠 부사장은 “개인 거액 자산가들에겐 무료로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지점에 가지 않아도 모든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에선 휴일 없이 매일 24시간 은행 서비스를 볼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일본 지분뱅크는 모바일 전용 은행으로, 카메라로 본인을 촬영해 보내는 간단한 절차만으로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 중국 알리바바, 일본 라쿠텐 등 유통업체들이 만든 인터넷은행들은 자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만 깔면 언제 어디서건 간편하게 슈퍼마켓 등에서 결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또 다른 장점은 기존 오프라인 은행에 비해 싼값에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증권사로 시작해 2012년부터 은행 서비스를 시작한 미국의 찰스슈워브뱅크가 대표적인 사례다. 증권사 고객이 은행 계좌가 필요하다는 점에 착안해 은행업에 진출했는데, 최대 장점을 계좌유지수수료 무료로 내세웠다. 국내엔 없는 수수료 개념으로 낯설긴 하지만 미국에선 출시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다만 인터넷전문은행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확실한 수익모델이 없으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씨티은행은 1999년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했다 이듬해 수익이 안 난다는 이유로 철수했다. ING다이렉트 미국법인은 2011년 총자산 기준 922억달러로 미국 최대 인터넷전문은행이었으나 캐피털원에 매각됐다.

샌프란시스코=박동휘/파리=박한신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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