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피해 수천억에 이를 수도"…4개은행, 미국서 지금까지 8억 달러 배상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대형은행들의 환율 조작에 대해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를 준비하고 있다. 환헤지 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이 앞장선 가운데 관련 대기업들도 참여를 고심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이르면 다음달 중 글로벌 대형은행들을 상대로 영국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계획이다. 문제가 된 은행들이 영국 런던외환시장에서 환율 조작을 벌였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대형은행들의 환율 조작에 대해 집단으로 소송을 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륙아주는 지금까지 글로벌 대형은행을 통해 키코 등 환헤지 상품에 가입한 8개 중소기업을 소송인단으로 모집했고 추가로 대기업들과 참여를 협의 중이다. 대륙아주는 2008~2013년 키코사태 관련 소송에서 국내 기업을 가장 많이 대리한 로펌이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구간 안에서 움직이면 기업이 이득을 보지만 해당 구간을 벗어나 상승할 때는 기업이 손실을 보도록 짜여진 환헤지 상품이다. 8개 중소기업은 글로벌 대형은행들의 담합으로 인해 환율이 키코상품의 손실 구간에 들어서면서 막대한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륙아주 관계자는 “키코 등 환헤지 상품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문제가 된 은행들과 외환거래를 한 기업이면 모두 소송을 낼 수 있는 자격이 있다”며 “은행들이 담합해 유로나 달러를 대거 사들인 뒤 비싼 가격에 기업들에 팔았기 때문에 차익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담합 기간 동안 문제의 은행들과 수십조원의 외환거래를 한 기업도 있어 국내 기업들의 총 피해 규모가 수천억원에 이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송 대상은 미국 법무부와 유럽 금융당국으로부터 혐의가 입증된 바클레이즈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 JP모간 RBS UBS 외에 아직 입증되지 않은 골드만삭스 도이치은행 BNP파리바 모건스탠리 HSBC 등 총 11개 은행이다.

이 가운데 JP모간 UBS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 등 4개 은행은 미국에서 현지 기업들과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에 손해배상을 해주기로 합의했다. 씨티 3억9500만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 1억8000만달러, UBS 1억3500만달러, JP모간 1억달러 등 총 8억1000만달러(약 9060억원) 규모다. 문제가 된 은행들은 이번 소송과 관련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답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도원/정영효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