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투자한 발전소 절반 가동"…민간발전, 공급과잉에 '몸살'
민간 발전업계가 들끓고 있다. 전력 공급 과잉으로 민간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 가동률이 50%에 머무는 상황에서 정부가 원전 2기를 추가로 건설하는 등 전력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8일 2029년까지 전력 수급 밑그림인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적정 설비예비율을 6차 때와 같은 22%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설비예비율은 전력 수요량 대비 초과 전력 공급량 비율을 의미한다. 정부는 이 수치를 고려해 발전소 건설계획을 짠다. 민간 발전업계는 “정부가 설비예비율을 낮춰 발전소 공급을 줄이지 않으면 민간 LNG발전소는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가동률 올해 40%대까지 하락

한 민간 발전사가 인천 서구에서 운영 중인 LNG복합발전소 3~9호기. 2조6485억원을 투자해 지은 이들 7기의 1분기 평균 가동률은 47%에 불과했다. 1분기 누적 가동 가능시간은 2160시간이지만 실제 가동시간은 1028시간에 그쳤다. 5월 들어 평균 기온이 1973년 이후 가장 높은 18.6도를 기록해 전력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가동률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민간 발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LNG발전소의 평균 가동률은 53.2%로 전년(67.1%)보다 13.9%포인트 낮아졌다. 올 1분기 월별 평균 가동률은 51.1%로 더 떨어졌다. 민간 발전업계는 올해 LNG발전소의 가동률이 40%대로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가동률이 계속 내려가는 가장 큰 요인은 발전소의 과도한 공급이다.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13년 이후 최근까지 35기의 발전소가 새로 가동에 들어갔다. 이들의 발전설비용량은 15.9GW. 100% 가동할 경우 대구 인구(약 250만명) 전체가 10년간 소비할 수 있는 전력이다. 그러나 이 기간의 최대 전력 수요는 8GW에 머물렀다. 발전회사들이 생산한 전력의 도매가격을 뜻하는 계통한계가격(SMP)은 지난해 ㎾당 140.3원으로 전년(151.5원)보다 7.3% 하락했다.

가동률 하락은 민간 발전기업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국내 ‘빅3’ 민간 발전사인 포스코에너지, GS EPS, SK E&S의 2014년 매출은 4조5813억원으로 전년(5조876억원)보다 10%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3개사 합쳐 7178억원에서 4607억원으로 35.8% 줄었다. 올해는 상황이 더 좋지 않다. 8일 SMP는 79.06원까지 내려갔다. SMP가 80원 밑으로 내려간 것은 2009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커지는 설비예비율 논란

정부는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29년까지 총 300만㎾ 규모의 원자력 발전소 2기를 신규 건설하기로 했다. 이 기간에 원전 13기, 석탄화력발전소 20기, LNG발전소 14기 등 47기의 발전소(총 46.48GW 규모)를 지을 예정이다. 이는 향후 전력 수요와 적정 설비예비율 22%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정부는 2011년 ‘9·15 대정전 사태’ 이후 국민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대한 요구가 크고 전력설비 건설과정에서 불확실성이 높아 적정 설비예비율을 낮추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가 설비예비율을 과도하게 높게 설정해 전력 공급 과잉사태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광인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급 과잉으로 민간 발전업계가 구조적으로 위기에 빠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민간 발전업계도 발전소 공급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도 전력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추가로 발전소를 지으면 민간 발전소는 퇴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전력 전력연구원은 적정 설비예비율이 12%라고 분석했고, 해외에서도 이 수치를 15% 안팎으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설비예비율의 적정성 논란이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공청회(6월18일), 국회 상임위원회 보고(6월)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전력정책심의회를 거쳐 이달 중 이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