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클래스 300’ 기업들은 꾸준한 성장을 통해 매년 5% 이상 고용을 늘리고 있다. 정부도 경제활성화와 고용창출을 위해 월드클래스 300 예산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 중이다. 피에스케이 제공
‘월드클래스 300’ 기업들은 꾸준한 성장을 통해 매년 5% 이상 고용을 늘리고 있다. 정부도 경제활성화와 고용창출을 위해 월드클래스 300 예산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 중이다. 피에스케이 제공
플라스틱 사출성형기를 만드는 우진플라임은 2008년, 창업 23년 만에 처음 적자를 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200명 이상이던 직원도 129명으로 줄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반등’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직원 수는 677명으로 6년 만에 4배 이상 늘었다. 2008년 557억원이던 매출도 지난해 1898억원으로 뛰었다.

정부의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 프로젝트인 ‘월드클래스 300’ 기업에 2011년 선정된 것을 계기로 연구개발(R&D)에 집중한 덕분이다. 매년 받는 지원금(5억원)을 기반으로 연 20억원 이상을 R&D에 투자했다.

월드클래스 300 선정 기업들이 고용을 확대하면서 한국 경제의 탄탄한 허리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의 R&D 지원이 기업들의 사업 확대로 이어지면서 고용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에 따르면 월드클래스 300에 뽑힌 153개 기업의 직원 수는 2012년 6만2499명에서 2013년 6만6120명, 지난해 6만9452명으로 매년 5% 이상 증가하고 있다.
연구개발의 힘…우진플라임, 6년새 직원 4배↑
강소기업의 고용창출 역할은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대기업의 고용이 예전처럼 크게 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3월 발표한 30대 기업 고용 계획에 따르면 올해 신규 채용 규모는 전년 대비 6.3% 감소한 12만2000명에 그칠 전망이다.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은 “대기업은 매출이 늘어도 고용은 해외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며 “우수한 중견기업 육성이 실업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시에 있는 반도체장비 제조사인 피에스케이는 지난해 직원을 전년(174명)보다 27.6% 늘렸다. 2012년 월드클래스 300에 뽑힌 이후 R&D 비용 59억원과 마케팅비 1억5000만원을 지원받은 것이 효과를 냈다. 해외 특허 29건도 취득했다. 임동빈 피에스케이 IR그룹장은 “해외를 중심으로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해 직원을 미리 뽑아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장비 업체인 아이에스시도 지난해 직원을 34.6% 늘렸다. 2년 새 매출이 530억원에서 740억원으로 40%가량 뛰었고,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앞두고 사업 확장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지문인식 장치 제조사인 슈프리마도 직원을 2013년 100명에서 지난해 182명으로 80% 이상 늘렸다.

고용의 질(質)도 높아지고 있다. 우진플라임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직원 평균 급여를 전년보다 16%가량 인상했다. 주 12시간에 이르던 연장근로시간은 공정 효율화를 통해 8시간 정도로 줄였다. 사출성형 기술교육원을 운영하면서 인재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정부는 경제활성화와 고용창출을 위해 월드클래스 300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중견기업 최고경영자 오찬강연회’에 참석해 내년 월드클래스 300 예산을 현재 73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