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와 정치·경제 불안이 맞물리면서 신흥국가들이 통화 급락과 자금 유출에 신음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달러 대비 말레이시아 링깃화의 가치는 올해 들어 7% 이상 폭락해 9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인도네시아의 루피화는 20년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랜드화도 200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터키 리라와 멕시코 페소 역시 달러화 대비 기록적인 수준으로 폭락했다.

올해 안으로 미국의 기준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달러 강세가 재개되면서 신흥국 통화의 폭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재닛 옐런 의장이 올해 안 어느 시점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밝히자 시장에서는 오는 9월에 기준금리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퍼졌다.

강달러에 더해 국가별 정치·경제적 악재도 통화 급락에 한몫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전·현직 총리 간에 부실 공방이 벌어지는 국영투자기업 1MDB의 운영 실태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다.

제티 악타르 아지즈 말레이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링깃화를 포함한 신흥국 통화들이 외부 환경의 불확실성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터키의 경우 총선에서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과반의석을 얻지 못해 정치적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신흥국의 불안이 커지자 투자자들도 이들 나라에서 서서히 발을 빼고 있다.

금융정보제공업체 EPFR에 따르면 신흥국 채권 펀드에서 지난달 21일부터 1주일간 순유출액은 1억4천500만달러(1천613억원)로 집계됐다.

신흥국 채권 자금이 순유출로 돌아선 것은 10주 만에 처음이다.

같은 기간에 아시아 신흥국(한국·인도·대만·인도네시아·필리핀·태국·베트남) 주식시장에서 순유입액은 1억2천300만달러(1천368억원)로 전주(15억5천600만달러·1조7천315억원)보다 13배가량 줄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