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성장률 외환위기 이후 최저 우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개월째 0%대에 그쳤다. 저물가에 저성장까지 겹치면서 경상성장률이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2일 통계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0.5% 올랐다고 발표했다. ‘0%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0.8%)부터 6개월 연속이다. 담뱃값 인상분(0.58%포인트)을 빼면 작년 같은 달보다 오히려 물가가 하락한 것이다.

정부가 중시해온 경상성장률 지표는 반등을 기대하기 더욱 어려워졌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뜻하는 경상성장률은 경제성장률(실질 GDP 증가율)에 물가상승률을 더한 것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4% 경제성장률과 2% 중반의 물가상승률을 더해 경상성장률이 6%는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수가 부진한데 물가까지 너무 낮으면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세수수입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경상성장률은 2011년(5.3%) 이후 줄곧 3%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2012년 3.4%, 2013년 3.8%, 2014년 3.9%로 서서히 회복하긴 했지만 정부가 목표로 잡은 6%엔 크게 못 미쳤다.

올해는 이런 미미한 회복세마저 꺾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3%로 전망하면서 “구조개혁과 통화·재정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2%대로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3%를 밑돌고 물가상승률이 전월 수준이면 경상성장률은 높아봐야 3.4%(경제성장률 2.9%+물가상승률 0.5%)가 된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1.1%) 이후 최저치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최근 저물가엔 수요 부진도 작용한 만큼 디플레이션 우려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확산되면서 경기 예측이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경상성장률 하락은 올해 7조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세수 부족분을 더 키울 수 있다.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 여력이 더욱 줄어드는 것이다.

변수는 물가가 올해 안에 바닥을 찍느냐다. 김재훈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석유류 가격 하락폭이 축소된 만큼 하반기엔 물가 상승 압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메르스 우려가 완화되고 하반기에 1%대 성장률(전분기 대비)을 지속한다면 미미하게나마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미/황정수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