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40% 폭락할 것 vs 강세장 1년 더 간다…뜨거운 '거품 논쟁'
‘닥터 둠(Doom)’으로 불리는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 마크 파버는 지난해 4월 “미국 주식시장이 1987년 ‘블랙 먼데이’와 같은 대붕괴를 경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지난해 S&P500지수는 11.3% 상승했다. 약 1년 뒤인 지난 4월1일 파버는 “증시가 40% 폭락할 수 있다”며 또 거품 붕괴론을 꺼냈다. 하지만 이번에도 뉴욕 증시는 그를 비웃기라도 하듯 다우, S&P500, 나스닥 3대 지수가 번갈아가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투자 귀재’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는 지난해 하반기 증시 거품을 경고하면서 공매도(주식 보유 없이 매도 주문)까지 걸어놨지만 주가가 오르는 바람에 손실을 입었다.

◆거품 경고에도 미 증시 상승세

글로벌 증시가 비관론자는 물론 투자 대가들까지 ‘양치기 소년’으로 만들어버리면서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나스닥지수는 2000년 닷컴 거품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5000선을 돌파했다. 지난 29일엔 전날보다 73.84포인트(1.47%) 급등한 5106.59로 마감, 한 달여 만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나스닥지수는 2009년 2월 1377으로 바닥을 찍은 뒤 지난달까지 268% 상승했다. 같은 기간 S&P500과 다우지수는 각각 212%와 175% 올랐다. 월가의 한 투자자는 “비이성적 과열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적어도 현재의 주가 수준이 한동안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더 우세하다”고 말했다.

◆“지금의 거품은 과거와 다르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씨티그룹의 ‘지금은 거품 시기’라는 보고서를 토대로 “과거와 지금의 거품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전에는 경제성장률과 기업의 순이익 등 펀더멘털(경제의 기초여건)을 근거로 증시에 거품이 끼어 있는지를 따졌지만 지금은 초저금리 지속에 따른 과잉 유동성과 자산시장 내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라는 시각으로 증시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헨리 폴슨 전 미국 재무부 장관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실물경제 관점에서 보면 지금 분명히 거품이 있지만 거품의 크기와 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씨티는 이 보고서에서 “거품에 충격을 주기 위해서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적어도 세 차례는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며 “금리 인상 효과가 본격화되는 내년 3분기 이전까지는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글로벌 수석투자전략가도 미국 증시가 앞으로 최소 1년간은 강세를 보일 것으로 4월 전망했다.

◆중·일 증시 “더 오른다” 전망

최근 글로벌 주식투자자의 눈을 사로잡고 있는 지역은 중국과 일본이다. 중국은 작년 초만 해도 2000선에 머물러 있던 상하이종합지수가 4611.74까지 올랐다. 28, 29일 중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경계심리가 커졌지만 조정 후 반등을 점치는 분위기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상하이지수가 6000선을 돌파했던 2007년과 비교하면 현재 중국은 국내총생산 규모가 2.5배, 통화량이 3배로 증가했지만 지수는 당시 최고점(6092.06)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지난달 20,563.15로 마감하며 올 들어 선진국 증시 중 가장 높은 17.84%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29일까지 11일 연속 상승했는데 일본 경제 거품기인 1988년의 13일 연속 상승 이후 27년 만의 최장 기록이다.

이 같은 단기 급등에도 불구하고 일본 증시는 거품 논란보다 오히려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달러당 124엔대로 떨어진 엔저 효과로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하가누마 지사토 미쓰비시UFJ 수석투자전략가는 “금융 완화와 실적 성장, 기업 지배구조 개혁 등의 호재로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이심기/도쿄=서정환/베이징=김동윤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