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임금피크제 도입, 답은 나와 있다
지난해 통상임금 확대 여부를 놓고 발생한 노사갈등이 해결되기도 전에 정년연장과 연계한 임금피크제 도입을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지난 28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양대 노총은 임금체계 개편과 취업규칙 변경 공청회를 저지하고, 오는 7월 총파업을 예고했다.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도입을 둘러싼 갈등은 그간의 노·사·정 합의정신과 정반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노·사·정은 2011년 6월10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합의문에서 정년연장과 함께 임금체계 개편과 임금피크제 활성화에 공동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노·사·정은 합의문에서 한국 사회의 고령화 문제와 베이비붐 세대의 급속한 은퇴에 대처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면서, △일자리 총량을 늘리고 세대 간 상생형 일자리 창출 △준고령 인력의 고용 연장 및 이를 위한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 기업의 경영부담 완화와 정부지원 확대 등을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노·사·정은 ‘정년연장법’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인 2013년 5월30일에도 ‘정년연장과 병행해 임금피크제, 임금구조 단순화 등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이를 위해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 개정에 적극 협력’하기로 한 바 있다.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도입 관련 쟁점사항은 △정년연장으로 발생하는 기업의 인건비 부담 해소방안 마련 △사용자가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해 상당한 협의·노력을 했음에도 노조가 대안 제시 없이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 등 노사합의 없이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인정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절감되는 재원으로 청년층의 신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지의 여부다. 노동계는 정년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사실상 임금만 삭감될 뿐이고, 경영자 일방의 자의적 취업규칙 변경을 허용하면 근로자들의 불이익이 커지며, 임금피크제 실행과 신규 일자리 창출 간에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노동계의 우려를 통해 정년 60세 시대 안착을 위해 노·사·정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는 확인된 셈이다. 물론 사업장에서 정하고 있는 정년은 58세가 넘지만 기업의 장년인력에 대한 인건비 부담으로 실제 퇴직연령은 53세에 불과한 상황에서 법정 정년을 연장한다고 해서 장년들의 고용안정성이 높아진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 청년 일자리 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년만 연장하겠다고 하면 국민의 지지를 받기도 어려울 것이다.

노동계는 그간의 합의내용을 상기해 임금피크제 등 임금체계 개편 없는 정년연장으로는 세대 간 상생형 일자리 창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경영계도 장년 근로자들의 실질적 고용안정을 꾀하고, 근로자들이 정년연장 이전에 받은 생애총임금보다 더 많은 임금 수령이 가능하도록 노력하며,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해 절감되는 재원으로 청년층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에 힘을 모아야 한다.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과 취업규칙 변경의 남용을 예방하는 조치를 명확히 해야 한다. 또 임금피크제 도입과 함께 청년층 신규채용 확대를 통한 ‘청·장년 일자리 상생’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지금 우리는 저성장·고령화, 경제 양극화, 정년연장, 임금체계 개편, 임금피크제 도입, 청년실업 등 풀기 어려운 과제들에 직면해 있다. 지금이라도 노·사·정은 정년연장과 연계해 장년 고용 안정 및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한 실천적인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협력해야 한다. 단초는 마련돼 있다. 2011년과 2013년의 노·사·정 합의문을 기초로 노사 상생의 지혜를 발휘하길 바란다.

이지만 < 연세대 교수·경영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