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아름 기자 ] 서울시내 면세점 입찰 마감을 앞두고 경쟁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대기업에 할당된 2곳을 차지하기 위해 7개 후보업체들은 1일 서로 ‘내가 적격’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HDC신라면세점은 용산 아이파크몰, 한화갤러리아는 여의도 63빌딩, 현대백화점은 삼성동 코엑스, 이랜드는 합정동 서교자이갤러리를 부지로 확정했다. 신세계는 본점 본관을 내놨다.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는 동대문에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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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지 면에서는 HDC신라와 한화갤러리아가 좋은 점수를 받을 확률이 높다는 게 업계 평가다.

HDC신라는 용산 아이파크몰의 넓은 부지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 교통 체증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이 장점이다. 부지 면적만 기존 최대인 롯데 소공점(1만1200㎡)의 배가 넘는 2만7400㎡다. 명동, 동대문에 자리 잡은 경쟁사들보다 대지 활용도가 높다. 이미 출범식에서 버스 주차장 400면을 확보했다고 밝히며 주차장 확보에 여념이 없는 경쟁사들을 앞질러 나갔다.

면세점 운영 경험은 양날의 칼이다. 축적된 경험은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이미 과점 상태인 면세점 시장에서 ‘몰아주기’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신라면세점과 함께 국내 면세업계를 양분하고 있는 롯데의 경우 같은 이유로 유력 후보군에서도 제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화갤러리아는 63빌딩과 연계한 관광 활성화를 계획하고 있다. 63빌딩을 중심으로 개발 가능한 관광 인프라가 많다는 평가다. HDC신라와 마찬가지로 교통 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다.

단, 중소기업에 할당된 1개 면세점을 유진기업이 따내게 되면 한화갤러리아의 면세점 특허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유진기업이 63빌딩 바로 인근인 MBC 여의도 구사옥을 면세점 부지로 정했기 때문이다.

한화갤러리아로서는 자신의 경쟁력을 세움과 함께 유진기업이 중소·중견기업 경쟁에서 밀리길 바라야 한다.

유력 후보인 HDC신라와의 거리도 가깝다. 원효대교를 건너면 바로 용산아이파크몰이다. 입지 자체는 좋지만 강력한 경쟁자들이 주변에 포진해 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입지에 약점이 있다. 바로 옆에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롯데 코엑스점은 신규 면세점의 주 목표인 요우커들을 끌어들이기 어렵기 때문에 관광특구인 코엑스에 새로운 면세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신세계와 SK네트웍스, 이랜드, 롯데 등 4개사는 상대적으로 약점이 뚜렷하다는 평이다.

이랜드는 사업자에 선정되면 반년 만에 현재의 GS자이갤러리를 철거하고 면세점을 지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랜드가 유통 전반에 노하우가 있기는 하지만 중저가 브랜드에 치중돼 있어 고급 브랜드를 주로 다뤄야 할 면세점 운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신세계와 SK네트웍스, 롯데는 교통이 문제다. 현재도 교통 체증이 심각한 동대문-명동에서 신규 면세점이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다른 문제들도 있다.

롯데는 시장점유율이 50%가 넘는 과점 사업자다. 서울에만 이미 3개 면세점을 갖고 있다. 신세계는 현재 운영중인 면세점들의 성적이 썩 좋지 않다. 면세사업을 조선호텔에서 분할한 것 역시 면세사업으로 인한 조선호텔의 적자 때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SK네트웍스는 부지로 선정한 동대문 케레스타가 자사 건물이 아닌 임차라는 것이 아쉽다.

대기업들의 경쟁에 상대적으로 관심은 적지만 중소·중견기업에 할당된 1곳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만만치 않다.

지금까지 10여곳이 출사표를 냈다.

유진기업은 여의도 MBC 구사옥을 부지로 정하고 가장 먼저 면세점 입찰에 참여했고 하나투어 합작 법인인 SM면세점이 인사동 하나투어 본사에서 면세 사업을 하겠다고 나섰다.

이어 파라다이스그룹(명동 SK건설 빌딩), 그랜드관광호텔(동대문 헬로APM), 중원면세점, 한국패션협회의 동대문듀티프리(동대문 피트인), 하이브랜드(양재동 하이브랜드 쇼핑몰), 제일평화컨소시엄(동대문 제일평화시장), 삼우가 중심인 듀티프리아시아(종로 트윈트리타워), 배용준의 키이스트를 중심으로한 컨소시엄(동대문 맥스타일)이 도전 의사를 밝혔다.

동대문에만 4곳이 몰렸고 유진기업은 한화갤러리아가 있는 여의도를, 파라다이스그룹은 신세계 본점과 지척인 명동 SK건설 빌딩을 골랐다. 하이브랜드만 멀찍이 떨어진 양재를 선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확실하게 이야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며 “누가 선정되더라도 특혜 시비가 생기지 않도록 원칙에 맞게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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