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한노총 300여명 행사장 점거

내년 60세 정년 앞두고 명예퇴직 급증할 가능성
< 저지당한 고용부 장관 >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가운데)이 28일  열릴 예정이었던 ‘ 취업규칙 변경 공청회’에 참석하려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노조원들의 저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 저지당한 고용부 장관 >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가운데)이 28일 열릴 예정이었던 ‘ 취업규칙 변경 공청회’에 참석하려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노조원들의 저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정부의 공청회가 노동계 반발로 무산됐다. 28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릴 예정이던 공청회는 양대 노총(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조합원들의 행사장 점거 등 물리적 저지로 시작도 못한 채 30분 만에 끝났다.

“내년부터 의무화되는 60세 정년 연장에 대비해 근로자의 고용 안정과 청년 일자리 확대를 위해 임금피크제 도입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규직 근로자의 조직인 노조가 자기들 밥그릇(정년 연장)만을 챙긴 채 자식 세대의 일자리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임금체계 개편과 취업규칙 변경’을 주제로 그동안 노·사·정 논의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마련한 ‘취업규칙(채용·인사·해고와 관련한 사규) 변경 지침’ 초안을 놓고 노동계와 경영계 등의 의견을 들을 계획이었다.

고용부는 27일 내놓은 공청회 발제문에서 “사용자가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해 노동조합과 상당한 협의 노력을 했으나 노조가 대안 제시도 없이 논의 자체를 거부할 경우에는 (취업규칙 변경에 대해)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노조의 동의가 없더라도 취업규칙을 변경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는 여지를 둔 것이다.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양대 노총은 이날 각각 성명을 내고 “정부가 공청회라는 요식행위로 노동시장 구조 개악 강행 추진을 위한 억지 명분 마련에 나서고 있다”며 공청회 불참 선언과 함께 행사 자체를 무산시키겠다고 공언했다.

노총의 예고대로 28일 행사 시작 전부터 300여명의 조합원들이 공청회장을 점거하면서 공청회는 시작도 못했다. 공청회 예정 시간인 오후 1시30분을 넘기고도 노조원의 점거가 계속되자 이기권 고용부 장관이 오후 1시40분께 행사 진행을 위해 입장했다.

하지만 노조원들은 “이기권 나가” “장관 옷 벗어라,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입장을 저지했다. 경호하는 경찰과 노조원 간 몸싸움이 격해지자 이 장관은 “(이러다가) 불상사가 우려돼 더 이상 들어가지 않겠다”며 “노동시장 개혁은 우리 아들딸들뿐 아니라 지금 일하고 있는 분들의 고용 안정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말한 뒤 5분 만에 발걸음을 돌렸다.

시민석 고용부 대변인은 “정부 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이 아니고 노동계, 경영계 등 각계의 의견을 듣겠다는 자리였는데 노총에서 물리력으로 행사를 무산시킨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향후 어떤 식으로 공론화 과정을 거칠지 내부 논의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공청회 무산으로 근로자의 고용 불안 심화와 함께 노동계 반발이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노총은 다음달 총파업 찬반투표를 거쳐 7월 초 총파업을 벌인다는 방침이고, 7월4일에는 양대 노총 제조부문 조합원이 총파업 결의대회를 예고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 이 시간에도 금융업 등에서 소리 없는 고용 조정이 이뤄지는 것은 기업이 정년 연장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며 “임금체계 개편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오히려 명예퇴직이 확산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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