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선택과 집중'…추가 M&A 자제·파주엔바이로 연내 매각
한화그룹이 삼성그룹과의 석유화학 및 방위산업 부문 4개사 ‘빅딜’ 이후 추가 인수합병(M&A)을 자제하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대신 그룹 내 비주력 계열사와 자산을 잇따라 매각하면서 ‘내실 다지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엔 한화건설의 하수처리 계열사인 파주엔바이로를 매각하기로 하고 주인을 찾고 있다. “당분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는 김승연 회장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비주력 계열사 잇따라 매각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건설은 하수처리 계열사인 파주엔바이로를 연내 매각하기로 방침을 정한 뒤 매수자를 찾고 있다. 파주엔바이로는 파주시에서 위탁받아 경기 파주시 금촌하수처리장을 운영하는 업체다. 한화건설이 2003년 설립했다. 연 5~10%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내는 계열사다. 한화건설은 지난해 다른 하수처리업 계열사 군포에코텍과 서천엔바이로, 화성엔바이로 3개를 각각 은행 보험사 등으로 구성된 금융회사 컨소시엄에 50억~100억원에 매각했다.

한화케미칼은 생산공장 매각 작업을 진행하는 등 바이오사업 부문의 몸집을 줄이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충북 청주시 오송생명과학단지 내 바이오 의약품 생산시설을 매각하기 위해 최근 여러 업체에서 인수의향서(LOI)를 받았다. 지난해 말에는 100% 자회사인 제약·바이오회사 드림파마를 1913억원을 받고 근화제약에 매각했다.

토지 건물 등 사업과 상관 없는 자산 매각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작년 말 486억원의 자산을 올해 매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올 3월 말에는 매각 자산 규모를 589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한화그룹이 비주력 계열사 및 자산 매각에 나서는 것은 일부 계열사의 재무 상태를 개선하고, 주력 사업에 필요한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화건설은 지난해 411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적자전환했다.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차입금(단기 차입금+유동성 장기 차입금)은 2013년 말 4583억원에서 2014년 말 8026억원으로 늘었다. 발전·담수설비 공사를 진행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얀부산업단지에서 지난해 2분기 4000억원 안팎의 손실을 낸 것이 실적 악화의 요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케미칼은 바이오산업을 신성장동력 육성 차원에서 2006년 시작했지만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양상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한화토탈과 한화종합화학이 지난달 30일 그룹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석유화학 사업이 그룹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그룹 차원에서 석유화학에 집중하는 대신 바이오사업을 접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추가 M&A에는 신중

한화그룹은 최근 M&A를 통한 신사업 진출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한 중견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온 1조원 안팎 매물에 대해 인수 의향을 타진했는데, 거부했다”며 “(주)한화가 하고 있는 사업과 연관 있는 기업이었지만 ‘지금은 석유화학 태양광 등 주력 사업에 집중할 때’라는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한화 측은 당분간 삼성그룹 방위산업 계열사인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의 인수 마무리 및 한화토탈 한화종합화학의 인수 후 통합(PMI)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삼성테크윈은 다음달 29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신임 대표이사 선임, 사명 변경 등을 처리할 예정이다. 최근 계열사로 편입한 한화토탈과 한화종합화학의 경우 김희철 대표가 외부 일정을 거의 잡지 않은 채 한화토탈 충남 대산공장에 대한 현황 파악 및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한화토탈과 한화종합화학은 서울사무소를 서초동 삼성타운에서 서울 중구에 있는 한화금융센터로 다음달 이전한다.

송종현/임도원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