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알리안츠생명과 미국 자동차보험 1위 회사인 프로그레시브 등 해외 금융회사들이 빅데이터를 마케팅, 신상품 개발 등에 적극 활용하지만 국내 금융사의 빅데이터 활용 수준은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 지나치게 엄격한 규제가 문제점으로 꼽혔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22일 서울 을지로 YWCA회관에서 열린 ‘금융권 빅데이터 활용과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알리안츠생명은 빅데이터를 마케팅 등 고객관계관리(CRM)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알리안츠생명은 고객 소비패턴과 관심사 등의 정보를 분석한 뒤 맞춤형 상품을 제공해 기존 고객의 추가 보험 가입률을 5%가량 높였다.

프로그레시브도 빅데이터를 활용한 자동차보험료 산정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보험가입자의 운전 습관을 파악해 요율 산정에 반영한다.

김 연구위원은 그러나 “국내 금융업계의 빅데이터 활용은 개인정보보호 규제와 인프라·인력 투자 미흡으로 초보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빅데이터 활용의 첫 번째 단계는 데이터 자원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데 현 개인정보 규제 체제 아래에선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내 금융사의 빅데이터 활용이 더딜 수밖에 없는 규제 요인으로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 등 8개 법령을 꼽았다. 개인정보보호법의 경우 시중에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를 활용할 때도 개별 동의를 얻도록 해 기업의 데이터 활용을 막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미국은 개인정보보호 규제가 덜 엄격한 대신 정보유출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소송을 통해 사후 제재를 가한다”며 “우리도 빅데이터를 기업이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허용하고 대신 최소한의 자율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