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은행장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김한조 외환은행장(왼쪽부터), 김주하 농협은행장, 조용병 신한은행장, 이 총재,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박종복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장.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은행장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김한조 외환은행장(왼쪽부터), 김주하 농협은행장, 조용병 신한은행장, 이 총재,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박종복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장.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의 주제로 ‘청년실업’을 선택했다. 이 총재는 “많은 사람이 지적하기를”이라고 전제를 단 뒤 “60세 정년이 시행되면 앞으로 2~3년간 청년실업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청년실업을 언급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이어 이 총재까지 청년실업에 대해 걱정하자 전문가들 사이에선 “그만큼 상황이 안 좋다는 방증”이란 이야기가 나왔다.

이 총재의 우려처럼 최근 발표된 청년실업률은 심각한 수준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청년(15~29세) 실업률은 10.2%에 달한다. 1999년 청년실업률을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4월 기준으론 가장 높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내 30대 기업들이 올해 신규채용을 6% 줄이기로 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내년부터 근로자 300인 이상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서 인건비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은 총재는 매달 개최하는 경제동향간담회나 두 달에 한 번 열리는 금융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한다. 이 시간은 중앙은행 총재로서 경제 현안 등에 대해 시장과 소통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모두발언에 한은 총재의 고민이 집약되는 이유다. 지난달 28일 열린 경제동향간담회를 앞두고 이 총재는 ‘네팔 지진 사태’와 ‘완만한 경기 회복세’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하다 결국 국내 경기를 선택했다. 심정적으로는 모두발언에서 네팔 지진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하고 싶었다. 그러나 중앙은행 총재라는 직책과 당시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국내 경기’에 대한 언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이 총재는 임금피크제와 희망퇴직이 신규고용을 확대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고임금 근로자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면 청년고용을 늘릴 수 있을 여력이 생길 것이란 이유에서다.

그는 바로 맞은편 자리에 앉아 있던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을 바라보며 “KB에서 큰 폭으로 희망퇴직을 한다는 것에 대해 ‘청년실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많은 금융회사가 임금피크제와 희망퇴직에서 나온 경비 절감분만큼은 신규고용 확대에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 총재는 또 “오는 7월1일부터 한은도 임금피크제를 시행한다”며 “신규채용을 지난해 이상으로 할 생각인데 다른 곳도 그렇게 하지 않나”라고 분위기를 신규채용 확대로 몰아가기도 했다. 윤 회장은 “청년실업과 정년연장이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분담과 상생이 굉장히 중요한 화두이자 과제”라고 했다.

전문가들도 이 총재의 청년실업 우려에 동의하고 있다. 이인재 노동연구원장은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을 촉진하기 위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며 “신규채용의 감소를 방지하기 위해 노사가 임금체계 개편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