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2050년께면 석유 등 화석연료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사우디는 화석연료 시장이 사라질 것에 대비해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전기를 생산해 수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대 산유국 사우디 "태양광·풍력에 투자…수년 내 전기 수출"
○미래 먹거리 위해 신재생에너지 개발

알리 알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은 2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 콘퍼런스에 참석해 “우리는 언젠가 화석연료가 필요하지 않은 때가 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 시기는 이르면 2040년이 될 수도 있고, 2050년이나 조금 더 늦게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알나이미 장관은 30여년 뒤 원유 수출이 불가능해지는 경우에 대비해 태양광 발전, 풍력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에서 활로를 찾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우디는 태양광과 풍력 기반의 전력시장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며 “수년 안에 원유 대신 전기를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루 1000만배럴 이상의 원유를 생산하는 사우디가 신재생에너지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미래 경제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사우디는 국내총생산(GDP)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한다. 정부 재정의 90%를 원유에 의존하고 있다. 원유 수요가 줄어들고 매장량이 감소하면 사우디는 지금과 같은 경제를 유지할 수 없다.

사우디는 자체적으로도 많은 석유를 소비하고 있다. 생산량의 25%를 국내에서 소비하며 사용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12년 글로벌 금융회사인 씨티그룹은 사우디의 석유 소비가 지금처럼 증가한다면 2030년에는 석유 순수입국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각국에서 원유 수요가 끊기기도 전에 사우디 자신이 사용할 물량조차 마련할 수 없다는 얘기다. 사우디가 3년 전 광범위한 지역에 태양광발전소를 지어 전기를 수출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국제 에너지업계는 회의적 시선

국제 에너지업계는 사우디의 계획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가 전기를 수출할 정도의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닉 스턴 이코노미스트 등 이날 콘퍼런스 참석자들은 알나이미 장관의 발언에 “현실적으로 지금 시작할 수 있는 계획이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도 “유가가 떨어져 사우디의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알나이미 장관도 “굉장한 목표이고 시간이 꽤 걸릴 수 있다”며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사실을 에둘러 인정했다.

일각에서는 사우디가 갑작스레 화석연료의 필요성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것에 대해 다른 속내가 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오는 12월 파리 기후변화 총회에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자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을 우려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어차피 2050년께면 화석연료가 필요 없을 텐데 화석연료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알나이미 장관은 콘퍼런스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화석연료 대부분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요구는 당분간 잊어야 한다”며 석유 등의 사용 제한에 반대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