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한(嫌韓) 확산에 식어버린 한류…엔터·화장품업체 日매출 급감
최악의 한·일 관계에 따른 혐한(嫌韓) 분위기 탓에 일본인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국내 기업이 고난을 겪고 있다. 엔화 약세에 따른 수익성 하락까지 겹쳐 일본에서 매장을 철수하는 국내 기업도 속속 나오고 있다.

2005년 이후 일본에 확산된 ‘한류’ 덕을 톡톡히 봤던 대형 호텔업체들이 한·일 관계 악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특급호텔의 주요 고객이었던 일본인 관광객이 급감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워커힐호텔의 작년 영업이익은 2013년 대비 34.2% 감소한 148억원에 그쳤다. 웨스틴조선호텔을 운영하는 신세계조선호텔의 작년 영업이익(41억원)도 2013년(92억원) 대비 55.4% 급감했다. 특급호텔 관계자는 “올 들어 일본인 관광객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0% 줄었다”며 “중국인 관광객이나 비즈니스 때문에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류의 첨병 역할을 했던 엔터테인먼트업체들도 일본 매출이 감소해 울상을 짓고 있다. 음악 공연 등 콘텐츠 전문업체 CJ E&M의 작년 수출액은 1048억원으로 2013년보다 17.5% 줄었다. 동방신기 소녀시대 등의 기획사인 에스엠 일본법인의 작년 매출도 전년보다 17% 감소했다. 원·엔 환율이 하락한 것을 감안해도 부진한 결과다. 대형 엔터테인먼트 업체 관계자는 “한·일 관계 악화로 한류의 경쟁력이 예전같지 않다”고 말했다. 화장품 업체들도 힘든 건 마찬가지다. 아모레퍼시픽은 엔저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일본 백화점 내 8개 매장을 철수했다.

향후 일본 사업의 전망도 긍정적이지 않다. 무역협회 일본지사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삼성 갤럭시S’가 아닌 ‘NTT 갤럭시S’로 마케팅할 정도로 일본 소비자들의 한국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커졌다”고 전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