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룩&필'마저 파기환송…애플-삼성 '핵전쟁' 저문다
[ 김민성 기자 ] 1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 순회 항소법원이 삼성전자의 애플 트레이드 드레스 특허 침해 부분에 대한 1심 배상 판결을 뒤집고 부분 파기 환송했다.

애플은 당초 상용특허를 포함해 디자인 특허, 트레이드 드레스(독창성 있는 상품 외장·Trade Dress)까지 삼성전자가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상용특허는 2013년 11월 재심이 결정됐고, 이번 항소심에서 트레이드 드레스까지 특허 침해를 인정받지 못한 셈이다.

4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애플-삼성 '세기의 특허전쟁'의 새로운 국면이다. 아이폰, 아이패드 등의 명확한 외관 디자인과 내부 사용자환경(UI), 그리고 애플 제품이 풍기는 전반적이고 포괄적인 느낌과 이미지까지 삼성전자가 갤럭시에 도용했다며 시작된 소송이 애플과 삼성의 특허전이기 때문이다.

애플의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가 시작한 안드로이드 핵전쟁도 슬슬 그 힘이 빠져가고 있다. 잡스는 안드로이드를 창조한 구글과 대표적 제조사인 삼성전자를 동시에 겨냥, 자사 운영체제인 iOS와 아이폰 기술력을 무수히 훔쳐 안드로이드를 ‘출산’했다며 이를 갈았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고(故)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 부문 사장.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고(故)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 부문 사장.
미국 1심 재판부는 2012년 8월과 2013년 11월 2차례 나온 배심원 평결을 바탕으로 삼성전자가 애플 아이폰 등의 디자인 및 트레이드드레스, 일부 상용특허를 광범위하게 침해했다며 9억3000달러, 우리돈 약 1조원 배상하라고 선고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약 3억8000만달러가 트레이드 드레스 침해에 따른 배상액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배상액의 약 40%를 차지할만큼 비중이 컸다. 이번 부분 파기 환송으로 1심에서 재산정할 경우 삼성전자의 배상액은 최대 5억5000만달러까지 낮아질 수 있다.

트레이드 드레스는 디자인과도 구별되는 제품의 룩앤필(look&feel), 즉 전반적인 이미지를 뜻한다. 아이폰을 봤을 때 공감각적으로 느껴지는 포괄적인 느낌을 뜻한다.

항소심 재판부는 "트레이드 드레스는 다른 제품과 분명히 구분된다는 심미적 판단이 있어야 한다"며 "트레이드 드레스에 대한 보호는 제품 모방이라는 경쟁의 기본권과 균형적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즉, 명확히 규정할 수 없는 트레이드 드레스로 모방과 경쟁 사이의 균형·발전 관계까지 제약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디자인 특허는 애플 아이폰 등 제품에 적용된 모서리 곡면 등 시각적 요소들이다. 상용특허의 주요 기능은 '핀치 투 줌', '러버 밴딩', '탭 투 줌' 등 사용자 인터페이스(UI)들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드레이드 드레스와는 다른 디자인 및 상용 특허 일부분은 삼성전자가 침해했다고 1심과 마찬가지로 인정했다. 스마트폰 전면 디자인과 테두리(베젤), 그래픽사용자인터페이스(GUI), 탭 투 줌(화면을 두 번 터치해 내용 확대) 등이다.

상용 특허는 설령 삼성전자가 애플을 침해했다고 해도 이후 소프트웨어 변경으로 얼마든지 다른 UI를 적용해 해결할 수 있는 분야다. 그러나 디자인 부분은 과거 생산 제품 디자인 등 스마트폰 외관을 다시 변경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탓에 침해에 대한 배상을 피할 수 없었다.

삼성전자는 아직 항소심의 부분 파기 환송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1심에서 트레이드 드레스 부분 배상액을 다시 다투는만큼 침해가 명확히 인정된 디자인특허 부분에 대해서도 부분적인 재대응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 대 삼성전자' 특허 침해 소송이 항소심에서 파기 환송된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번에 부분 파기 환송된 배상액 산정 소송과 달리 2013년 진행된 미국 내 삼성전자 제품 판매금지 소송 항소심도 1심 재심 판정을 받은 바 있다.

배상액 산정 및 판매금지 건은 전혀 다른 소송이라 애플은 삼성전자 제품에 대한 미국 내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 항소를 취하한 바 있다.

이어 지난해 8월 양사는 미국을 제외한 한국, 일본, 영국 등 9개국에서 벌여온 모든 특허소송을 철회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미국 내 배상액 산정 소송과 2차 특허 소송은 제외됐다. 애플은 지난해 5월 삼성전자의 최신 판매 제품을 중심으로 2차 특허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