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대금 922억 중 650억 유용 혐의…횡령액수 늘어날 듯

포스코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는 12일 포스코플랜텍의 이란 공사대금을 유용한 혐의로 유영E&L 이모(65)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유영E&L은 포스코에 성진지오텍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입었다는 의혹을 받는 전정도(56) 세화엠피 회장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회사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는 2013∼2014년 전 회장과 공모해 포스코플랜텍이 이란석유공사에서 받은 거래대금 922억원(719만 유로)를 위탁받아 관리하면서 65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대표에게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세화엠피가 이란 현지에 세운 법인인 'SIGK' 계좌에 잔고가 130여억원밖에 남지 않았고 빠져나간 돈 가운데 540억원은 국내로 유입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현지에서 사라진 자금도 있다.

확인되는대로 횡령 액수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플랜텍은 2012년 이후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강화하자 이란석유공사와 직접 거래를 피하려고 세화엠피와 유영E&L·SIGK를 에이전트로 삼아 자금을 관리했다.

2010∼2012년 이란에서 올린 매출 3천억원가량 가운데 수금하지 못한 돈이다.

포스코플랜텍은 세화엠피와 유영E&L로부터 보관금 현황과 현지은행 계좌 잔고증명서를 분기마다 제출받았으나 기록 자체가 위조된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포스코플랜텍은 지난달 초 이란과 미국의 핵협상이 타결된 이후 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 전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 대표는 지난 7일 한차례 소환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이 대표를 구속하는 대로 포스코플랜텍 자금을 빼돌린 경위와 구체적 사용처를 보강수사할 계획이다.

전 회장 역시 조만간 검찰에 소환돼 이란자금 횡령을 비롯해 성진지오텍 고가매각 등 포스코그룹 주변에서 각종 이권을 챙겼다는 의혹들을 광범위하게 조사받을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dad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