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규제에 가로막힌 한강 민자사업
지난해 10월 개장한 세빛섬은 지난달부터 하루 최대 1만여명이 찾는 한강의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날씨가 풀리면서 한강으로 나들이 나온 시민들이 많아진데다 최근 개봉한 영화 ‘어벤져스2’에 세빛섬이 등장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세빛섬 운영 사업자인 효성은 울상이다. 세빛섬에 1000억여원을 투자한 효성은 앞으로 20년간 직접 운영한 뒤 서울시에 세빛섬을 기부해야 한다. 물가 상승분을 고려해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선 매월 10억원가량의 순익을 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세빛섬은 개장 이후 매달 수억원의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세빛섬 입장은 무료다. 시민들이 세빛섬을 많이 방문하는 게 매출 증가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수익을 내기 위해선 각종 행사와 광고를 유치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한강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서울시 방침 탓이다. 입점한 음식점조차도 가격을 조금이라도 올리려면 서울시 눈치를 봐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최근엔 세빛섬이 야외 음식 매장을 설치하려고 했다가 서울시의 퇴짜를 맞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야외 매장에 불만을 표시하는 시민들의 민원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강의 또 다른 민자 사업인 여의도 요트마리나는 지금 서울시와 소송 중이다. 운영업체인 (주)서울마리나가 상환 예정이었던 대출금 166억원을 갚지 못하자 돈을 빌려준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서울시에 대출 원금과 이자를 합쳐 183억원을 달라고 소송을 낸 것이다. 시가 요금을 통제하고, 요트회원권 판매도 금지하는 등 업체의 수익활동을 원천 차단하면서 운영업체는 부도 위기를 맞고 있다.

한강은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장소인 만큼 수익성보다는 공공성이 중요하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하지만 한강 민자 사업은 서울시가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직접 유치한 사업이다. ‘기업의 정당한 영업 활동’을 공공성이라는 이유로 무작정 차단하는 것을 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서울시는 아쉬울 땐 기업에 손을 벌리면서 막상 기업이 필요할 때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업계 관계자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