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법 개정안 11일까지 처리 안하면 '연말정산 제2 대란'…640만명 세무서로 달려가야 하나
올 1월 근로자들을 일대 혼란에 빠뜨렸던 연말정산 대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치권의 무책임한 공방으로 소득세법 개정이 무산되면서 이달 중 연말정산 재정산에 따른 환급액이 근로자들의 월급통장에 입금될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전체 근로자의 40%에 달하는 638만여명이 연말정산을 위해 각자 세무서를 방문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5월 월급 지급 전에 개정해야

소득세법 개정안 11일까지 처리 안하면 '연말정산 제2 대란'…640만명 세무서로 달려가야 하나
이번 연말정산 보완대책의 적용 대상은 전체 근로소득자 1619만여명의 39.4%인 638만여명, 환급 세액 규모는 4560억원가량에 달한다. 출산·입양공제 신설, 연금세액공제, 근로소득세액공제 확대 등에 따라 혜택을 보게 된 사람들이다. 김건영 기획재정부 소득세제과장은 “면세자를 제외할 경우 이번 연말정산 보완대책으로 세액 환급을 받게 되는 사람은 전체 과세 대상 직장인의 50%를 넘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늦어도 오는 11일께에는 통과돼야 근로자들이 이달에 세액 환급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소급 적용과 관련한 신청 절차부터 세액 환급까지 최소 2주일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법이 통과되면 원천징수 의무자인 기업이 근로자를 대신해 근로소득에 대한 연말정산을 재정산해 근로자 각각의 월급 내역에 반영하게 된다. 대부분 회사가 25일에 월급을 지급하는데 올해는 석가탄신일(25일) 연휴가 끼어 22일에 월급 지급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시간은 더욱 촉박해진다.

연말정산 보완대책이 담긴 소득세법 개정안 부칙에는 ‘원천징수 의무자는 2015년 5월 근로소득(월급) 지급 전에 개정규정을 적용해 계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5월15일이 월급날인 회사는 5월16일에 법이 통과되면 5월 월급 지급 후에 법이 확정됐기 때문에 근로자 대신 연말정산 재정산을 할 필요가 없다. 법 통과가 5월 중순을 넘기면 시간이 촉박해 기업들이 연말정산 재정산을 포기할 극단적인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경우 근로자들은 직접 세무서를 방문하거나 국세청 홈페이지(홈택스)에 들어가 소득세 신고를 해야 한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만약 이 법이 11일까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638만여명에 대한 연말정산 재정산이 불가능해져 국민에게 약속했던 5월 중 세액 환급을 못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그 많은 사람이 직접 다시 신고해야 하는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종합소득세도 대혼란

소득세법 통과 지연은 현재 진행 중인 종합소득세 신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완대책 내용 중 자녀세액공제, 연금세액공제 확대 등은 종합소득세를 신고하는 사업자에게도 공통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법이 확정되지 않아 국세청은 아직 사업자들에게 종합소득세 안내문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법이 통과되기 전까지는 신·구법 적용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신고를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문창용 기재부 세제실장은 “국회 통과가 지연되면 종합소득세 납세자(개인사업자)들은 개정 세법이 반영된 신고 안내서를 5월 마지막주에나 받게 될 것”이라며 “이럴 경우 이들이 낼 세금을 검토하고 정산할 시간이 하루 이틀밖에 없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