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자동차도 수출 급감…'고용 족쇄'에 기업들 해외생산 늘려
수출이 4개월 연속 감소하는 가운데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과 자동차 수출액마저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도 수출액이 감소한 것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생산하는 물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고임금과 강성 노조에 시달리던 국내 제조업이 생산설비를 그만큼 해외로 많이 옮겼다는 방증이다.

일자리 감소 등을 우려한 정부가 기업들을 상대로 국내 생산을 독려하고 있지만 기업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흐름을 바꾸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5일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4월 스마트폰 수출액(통관 기준)은 7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2억6000만달러)보다 38.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3월에도 스마트폰 수출액은 7억1000만달러로 1년 전(11억6000만달러)보다 40.2% 줄었다. 두 달 연속 40% 안팎의 가파른 감소세를 나타낸 것이다.

이 기간 국내 전자업체에 특별한 악재가 있었던 건 아니다. 오히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갤럭시S6와 G4라는 새 모델을 출시했다. 글로벌 시장의 반응도 이전보다 뜨겁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그럼에도 수출은 크게 줄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과거엔 신제품이 나오면 국내에서 먼저 생산한 다음 해외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신제품이 출시된 달의 수출이 크게 늘어났다”며 “하지만 올 들어선 이 구조가 깨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자동차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3월 국내 자동차 수출 대수는 27만7874대로 1년 전보다 2.6%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해외에서 생산한 자동차는 1년 전보다 5.2% 늘어난 40만1784대로 사상 처음 40만대를 넘어섰다. 올 1분기(1~3월)로 기간을 늘리면 해외 생산물량은 110만6901대로 불어난다. 국내 생산 자동차 규모(110만8116대)와 1000여대 차이로 간극이 좁혀진 것이다.

한국 스마트폰과 자동차의 경쟁력에는 큰 변화가 없다. 갤럭시S6는 출시한 지 한 달도 안 돼 판매량이 1000만대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역대 모델 중 최단기간 1000만대 고지를 넘을 것이란 기대가 높다. LG의 G4에도 예약 판매가 몰린다. 현대·기아자동차 역시 올 1분기 미국 고급차 시장 점유율이 사상 처음으로 10%를 넘어서며 순항 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수출이 급감한 가장 큰 요인은 국내 기업들이 고임금 등 낮은 생산성을 이유로 해외 생산량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의 노동비용이 지난 5년간 50%나 올랐다는 걸 근거로 아시아 생산거점을 한국에서 인도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최근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가뜩이나 전체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가운데 한국의 대표 품목들의 수출까지 줄어들자 산업부 등 관련 부처는 긴장하고 있다. 국내 생산기반 자체가 약화하면 일자리 창출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이 지난달 15일 수출업계와의 조찬간담회에서 휴대폰과 자동차 업종을 언급하며 “국내 공장의 생산 확대를 통해 수출부진 타개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우려에서다.

산업부는 최근 들어 주요 기업의 국내 생산 규모를 꼼꼼히 챙기고 있다. 하지만 당장 효과가 나오긴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은 그대로인데 갑자기 글로벌 생산전략을 수정할 순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