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는 기업 투자] 경기회복 기대감에 '선제 투자'…한미약품·SK케미칼 등 공장 신·증설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이 호전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투자도 꿈틀거리고 있다. 올 들어 롯데칠성음료 대한유화 SK케미칼 등이 그동안 미뤄왔던 대규모 설비투자에 나설 움직임이다. 저유가 등으로 투자여력이 생긴 데다 글로벌 경기가 미약하게나마 회복 조짐을 보이자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선제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규모 투자로 점유율 확대 나서

올 들어 대규모 설비투자에 나선 기업들은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한발 앞서 움직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 1월 총 5890억원을 들여 충북 충주에 맥주2공장을 신축하겠다고 발표한 롯데칠성음료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현재 연 10만kL인 맥주 생산량을 세 배로 늘리기로 했다.

롯데칠성이 자기자본의 5%가 넘는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은 2012년 6월 이후 2년10개월 만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맥주시장 후발 사업자로서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SK케미칼도 2월 코폴리에스테르 생산설비 증설에 942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업황 부진에도 불구하고 사업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며 “친환경적 고기능 플라스틱 원재료인 코폴리에스테르 시장의 성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자기자본의 26.3%인 1215억원을 공장 신축에 쓰기로 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기업을 대상으로 한 위탁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며 “매년 늘어나는 의약품 수출 물량을 맞추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실물경기 회복 전망

기업 투자가 기지개를 켜는 가장 큰 요인은 완만하게나마 선진국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가 올해 3.5%, 내년엔 3.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국내 해운사들은 신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올 들어 KSS해운은 총 1155억원을 선박 매입에 쓰기로 했다. 현대상선과 흥아해운도 각각 840억원과 273억원의 선박 매입 계획을 공시했다.

유가 하락으로 기업들의 수익성이 개선된 것도 투자심리 회복에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실적 전망치가 존재하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70곳의 지난 1분기 순이익 추정치 합계는 약 22조9000억원이다. 작년 4분기 대비 77.5% 증가한 수치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저유가의 긍정적인 효과로 기업들의 순이익이 늘면서 설비투자 여력도 확충됐다”고 말했다.

◆구조개혁·규제 완화 필수

저금리 영향으로 시설투자 목적의 자금 조달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2월 은행들의 기업 대상 시설자금 대출 증가액은 총 5조2785억원이었다. 작년 같은 기간 증가액(5조166억원)보다 소폭 늘었다. 시설자금 목적의 회사채 발행 규모도 3월 3550억원으로 1월(1100억원)과 2월(3200억원)에 이어 증가 추세다.

앞으로 관건은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소비와 고용 증대로 이어질지다. 전문가들은 ‘기업 투자 확대→고용·소비 회복→기업 생산 증가’의 선순환이 이뤄지기 위해선 투자 여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정부는 세수 부족에 따른 재정건전성 불안 요인을 해소하고 공무원연금개혁 등 구조개혁을 단행해 기업들의 경영활동 불확실성을 제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