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저금리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노릴 수 있는 주가연계증권(ELS) 판매에 힘을 쏟는 가운데 자산가들은 ELS 투자 비중을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고액 자산가들, ELS 줄이고 채권펀드 늘린다
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에 따르면 선제적인 투자를 선호하는 자산가들은 최근 주가지수가 많이 오른 만큼 만기 도래한 ELS 자금을 새 ELS 상품에 투자하는 대신 채권형펀드나 수시입출금식 예금 등에 예치하고 있다. 확실한 재투자처를 찾을 때까지 조금 더 금융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기 위해서다.

또 ELS에 투자했다가 조기 상환 조건이 맞지 않으면 자금이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까지 묶일 수 있다는 점도 재투자를 꺼리는 요인이라고 PB들은 전했다.

○ELS에 돈 묶이는 것 싫다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ELS 판매잔액은 지난 20일 기준 19조1367억원가량으로 올 들어서만 4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75%로 낮추자 은행들이 저금리 예금에 지친 투자자를 대상으로 ELS를 편입한 특정금전신탁을 적극적으로 판매한 영향이 컸다.

하지만 은행 프라이빗센터를 이용하는 부자들은 일반 금융소비자의 투자 패턴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PB들은 전했다. ELS 재투자에 신중한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영아 기업은행 PB 과장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ELS에 자금을 넣는 자산가가 많았지만 이달 들어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희수 신한은행 PB팀장은 “5억원 이상 정기예금 계좌의 잔액이 지난해까지 급속도로 줄다가 최근 감소세가 주춤한 것도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자산가들의 의지가 상대적으로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채권형 펀드·부동산 인기

자산가들은 대신 언제든지 돈을 움직일 수 있는 펀드나 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예금에 돈을 맡기는 분위기다. 펀드 중에서도 원금 손실 가능성이 낮은 채권형펀드가 인기다. 채권형펀드는 펀드 자산을 국공채나 회사채 등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해 채권 이자수익과 매매차익을 거둔다. 주식보다 안전하면서도 수익률은 정기예금보다 0.5~1.0%포인트 정도 높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산운용사의 채권형펀드 잔액은 지난해 말 71조원에서 지난 3월 말 77조원으로 6조원이나 늘었다. 수시입출금식 예금 잔액도 같은 기간 420조7000억원 수준에서 434조2000억원으로 13조5000억원가량 급증했다.

상가나 오피스텔 등 임대 부동산을 월세로 전환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도 ELS에서 돈이 빠지는 요인이라는 해석이다. 월세로 전환하려면 임차인에게 보증금 일부를 내줘야 하기 때문에 자산가들에게 목돈이 필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주가연계증권(ELS)

equity linked securities. 특정 회사 주식이나 코스피200 같은 주가지수가 기초자산이 되는 파생결합상품으로 은행과 증권사에서 판매한다. 만기 3년에 6개월마다 조기상환 조건이 붙은 상품이 많다. 기초자산 가격이 기준을 충족하면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