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모터스(GM) 등 해외 매출 비중이 큰 미국 대표 제조기업들이 달러화 강세 충격을 받고 잇따라 부진한 실적을 내놓고 있다.

미국 대표 제조기업, '강달러' 충격에 신음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GM은 24일 올해 1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하락한 357억달러(약 38조5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예상치인 382억달러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순이익은 9억4500만달러로 2009년 파산한 이후 가장 좋은 실적이지만 역시 시장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GM의 조정 주당순이익(EPS)을 97센트로 전망했지만 실제 결과는 86센트에 그쳤다. 세계 최대 생활용품업체 프록터앤드갬블(P&G)의 1분기 매출은 7.6% 감소한 181억달러로 집계됐다. 순이익도 17% 하락했다. 펩시콜라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식품기업 펩시코도 1분기 매출이 3.2% 줄었다. 맥도날드의 순이익은 32%나 감소했다.

S&P캐피털은 S&P500지수 편입 기업의 올해 1분기 수익이 연율로 평균 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는 3%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들 대형 다국적 기업 실적이 악화된 배경에는 달러 강세가 있다. 세계 주요 6개국 통화와 비교해 달러화 가치를 평가하는 ICE 달러인덱스는 올 들어 23일 현재 6% 이상 올랐다. 3월 중순에는 연초 대비 9% 가까이 급등하기도 했다. 1981년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세다.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 해외에서 물건을 팔고 받은 현지화를 달러로 바꿀 때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P&G가 환율 영향을 받지 않았다면 매출이 이번 발표치보다 8% 올랐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GM도 1분기에만 18억달러의 환차손을 입었다며 유로화, 러시아 루블화, 브라질 헤알화 등의 약세가 매출 부진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S&P500 기업의 매출 가운데 30%가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어 환율 영향이 크다”며 “미국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데도 대표 회사들의 성적표가 나빠졌다”고 분석했다.

앨런 조지 래플리 P&G 최고경영자(CEO)는 “환율 충격에 따른 손실은 불가피하다”며 “가격인하, 기술개발, 원가절감 등으로 달러 강세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