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의 해외 진출은 신한·우리·하나은행 등이 미국 뉴욕지점을 개설한 1970년대 중반부터다. 이때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30여년간 국내 은행의 해외 진출 방식은 엇비슷했다.

삼성, 현대자동차 등 해외에 진출하는 대기업을 따라 진출한 뒤 이들 대기업 임직원 및 협력사, 현지 동포를 대상으로 영업했다. 글로벌 은행들과 경쟁하며 현지인 대상 영업을 하기엔 노하우와 인지도, 영업망이 턱없이 부족했고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았다. 무늬만 해외 진출이지 실상은 ‘현지 출장소’와 다름없었다.

이 같은 흐름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2010년 무렵이다. 국내 은행은 현지은행에 대한 지분투자나 인수합병(M&A)을 통한 적극적 진출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2010년 국민은행이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지분 41.9%를 인수해 2대주주에 오른 게 시발점이다. 물론 국민은행의 BCC 투자는 큰 손실을 봤지만, 이후 다른 은행들의 공격적 진출이 이어졌다.

하나은행은 2010년 5월 중국 지린은행 지분 일부를, 하나금융지주는 2013년 미국 BNB은행 지분을 인수했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7월 캄보디아의 서민금융회사를 인수한 데 이어 12월엔 인도네시아 소다라은행을 합병했다.

앞으로 이 같은 흐름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신한은행은 연내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인 뱅크메트로익스프레스(BME) 인수를 마무리짓는다는 전략이다. 신한은행은 2012년 BME 지분 40%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은 후 지금까지 현지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했으나, 최근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조용병 행장이 현지 금융당국으로부터 적격성심사를 받고 돌아왔다.

한 시중은행장은 저금리로 인한 수익성 악화에다 시장경쟁 격화, 금융당국의 강한 정책 의지 등을 종합할 때 은행들의 해외 진출은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한때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보였던 씨티, HSBC, 산탄데르 등도 과거 확대 일변도에서 지금은 해외지점 구조조정을 꾀하는 상태”라며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해외 시장에 안착하려는 장기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태명/박신영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