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집무실은 물론, 그룹 컨트롤 타워인 정책본부를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세간의 안전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고강도 처방으로 보인다.

롯데월드타워의 완공이 내년 말로 다가왔지만 안전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잦아들지 않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행보라는 것이다.

또 안전 우려가 지속될 경우 각종 시설 분양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도 이번 발표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그룹 총수가 롯데월드타워의 고층부를 집무실로 사용한다는 것은 "안전 문제를 직접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동시에, "세간의 우려와는 달리, 안전하다"는 과시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아울러 이참에 그룹 컨트롤 타워를 옮겨 롯데가 '강북 시대'를 마감하고 '강남 시대'를 열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월드타워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그룹 차원의 안전점검위원회를 운영하고, 신 회장이 매주 건설 현장을 찾아 공사 진척 상황 및 안전 점검을 해왔다.

하지만 오히려 사고가 잇따르면서 안전 우려가 확산되고 롯데의 이미지까지 타격을 받았다.

작년 말 콘서트홀 건설현장 작업자 사망 사건으로 서울시로부터 공사중단 명령을 받는가 하면, 수족관에서 물이 새고 영화관에서 진동이 생겨 임시허가 시설에 대한 영업중단 명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지난 1월 초에는 송파대로 롯데월드타워 롯데몰 앞, 석촌호수로 본가설렁탕 앞, 삼학사로 서울놀이마당 교차로 등 3곳에서 도로 침하와 균열현상이 발견됐다.

이 때문에 잠실 일대에선 롯데월드타워로 인해 석촌호수 수위 저하와 잇단 도로 함몰 현상이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5일 경기도 용인 교량상판 붕괴 사고의 시공사가 롯데건설이었던 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신 회장이 직접 롯데월드타워의 안전 문제를 챙기기 시작했다.

2월 9일 "제2롯데월드와 롯데몰의 안전을 직접 챙길 것이며 이를 위해 일주일에 한번은 불시에 현장을 방문해 체크하겠다"고 선언했다.

신 회장은 지난달 24일 롯데월드타워 100층 돌파 기념식에서 "(그간 안전 문제 등으로) 심려를 끼친 데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안전에 최선을 다해 한국을 대표하고 상징할 수 있는 건물을 짓겠다"고 말했다.

최근 롯데월드타워 관련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도 "롯데월드타워는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로 한국 건축사의 자부심이 될 것"이라며 "세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안전 시공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월드타워는 실내외에 놀이시설, 공연장 등이 들어서는 일종의 테마파크인데 안전 문제가 불거지면 고객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롯데가 안전을 우선적으로 생각했을 것이고, 수뇌부의 롯데월드타워 이전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격호 부자의 집무실 이전 시기가 내년 말인데도 불구하고 서둘러 발표한 것을 두고 '보여주기'식 행보가 아니냐는 지적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