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CES 2015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선 윤부근 사장이 초연결사회로 나아가는 IoT 세상에 대한 비전을 역설했다.
지난 1월 CES 2015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선 윤부근 사장이 초연결사회로 나아가는 IoT 세상에 대한 비전을 역설했다.
[ 김민성 기자 ] 삼성그룹 사장단이 사물인터넷(IoT)의 무궁무진한 사업 기회가 사용자 경험(UX) 혁신에서 출발하고, 개인 초맞춤 서비스 시대를 열 것이라는 내용의 강의를 청취했다.

그룹 내 스마트폰 및 웨어러블 기기, TV, 센서, 모바일향 반도체, 빅데이터 분석 등 그룹 내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하는 IoT는 삼성의 전사적 미래먹거리로 손꼽힌다. 피부에 와닿는 미래상이 구체적으로 제시돼 여느 강의 때보다 삼성 사장단의 관심이 높았다는 후문이다.

8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수요 정기 사장단회의 강의 주제는 'UX로 보는 현재와 미래'였다.

강연자인 조광수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이날 " IoT 시대에는 UX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할 수 있다"는 핵심 내용를 전파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모든 제품 상 사용자 경험을 뜻하는 UX는 소비자가 원하는 바를 더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이다. 대표적으로 애플 아이폰의 UX를 예로 들었다. 아이폰의 UX는 소비자가 실행하고자하는 기능을 복잡하게 보여 주하는게 아니라 그냥 초기 화면에 한눈에 볼 수 있게 표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IoT 관점에서 UX를 어떻게, 얼마나 쉽게 구현할 수 있느냐는 곧 새로운 비즈니스모델과 연결된다.

조 교수는 사업화 예로 개인형 IoT, 공공 IoT, 산업 IoT 등 3가지 분야로 세분화했다. 개인형 IoT는 웨어러블(입는) UX를 지닌 스마트워치나 손목 밴드형 모바일 기기를 떠올리면 된다. 사용자의 생채정보나 건강 데이터 등을 수집·분석하면 새로운 헬스 서비스를 만들 수 있고, 이를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린다는 뜻이었다.

공공 IoT는 대표적으로 대중교통이다. 교차로 내 교통량 변화 추이를 실시간 수집·분석하면 차량 정체를 최소화할 수 있게 돕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미국 언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CES 2015 기간 중 발행한 특별판 '사람인가, 기계인가' 기사. 사진=김민성 기자
미국 언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CES 2015 기간 중 발행한 특별판 '사람인가, 기계인가' 기사. 사진=김민성 기자
산업 IoT는 더 무궁무진하다. 조 교수는 삼성그룹이 운영하는 테마파크인 에버랜드 내 쓰레기통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수백개 쓰레기통에 센서를 부착하면 어느 지역 어떤 쓰레기통을 비워야하는지, 쓰레기가 얼마나 차있는지 등 정보를 실시간 수집할 수 있다. 그러면 불필요한 환경미화 인력 동선을 최소화할 수 있고, 물류 비용까지 낮출 수 있다.

조 교수는 엘리베이터 내에 거리 감지 센서를 설치하면 치한 및 성희롱 등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탑승자 간 간격을 모니터링하면 특정인의 거리 간격 유지 데이터가 수집되고 이를 통해 개인 간 관계의 성격이 파악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고를 미리 예방하는 관제 서비스가 가능해진다는게 조 교수의 생각이었다.

조 교수는 이처럼 차별화한 유형별 서비스가 개인에게 더욱 맞춤화할 때 '초맞춤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다고 정의했다. 1차원적 추천 서비스가 아닌, 개인과 사물을 보다 밀착화 분석하는 '하이퍼 퍼스널리티(hyper personality)' 개념이 태통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같은 초맞춤 서비스가 활성화할 수 있는 선결 조건으로 △ 전기줄 없는 충전 방식 보급 △ 수십개의 디바이스를 통합 운영할 운영체제(OS) 개발 △ 여러 도메인을 한데 수집·분석할 수 있는 크로스 도메인 생태계 구축 등을 꼽았다. 조 교수는 "UX는 인간의 본성과 인간이 무엇을 언제 얼마나 원하는가를 읽어내는 기술"이라며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강의를 마쳤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삼성그룹은 이미 IoT 시대에 대비해 타이젠 OS 기반의 오픈 플랫폼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체 스마트 디바이스와 반도체 기술, OS통합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미래 사회 구석구석의 정보를 수집·분석, 집 안팎에서 더 정밀한 사용자 맞춤형 토털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15에서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는 인간 중심 기술철학을 바탕으로 IoT의 무한 가능성을 실현해 나가겠다"는 비전을 선포한 바 있다.

이를 위해 IoT 제품의 비율을 지속적으로 늘려 TV는 오는 2017년, 나머지 삼성전자의 모든 제품은 2020년까지 IoT에 연결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삼성이 개발한 20여종의 냄새를 구별할 수 있는 초소형 후각 센서, 미세 움직임을 파악하는 동작인식 센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D램·낸드플래시를 집적한 ePOP 반도체 등을 핵심 부품 역량으로 꼽았다.

여기에 전세계 6개 라이프스타일 리서치 센터(Lifestyle Research Lab) 및 6개 제품혁신팀(Product Innovation Team), 6개 디자인센터에서 조사하는 소비자 조사를 기반으로 모바일 제품부터 디스플레이, 가전과 의료기기까지 폭넓은 제품군을 한데 수렴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은 "조 교수가 삼성의 UX 기술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