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 전망에 달러 예금 가입자들이 늘고 있다. 개인 외화예금 잔액은 7개월 만에 60억달러를 넘었다. 한경DB
달러 강세 전망에 달러 예금 가입자들이 늘고 있다. 개인 외화예금 잔액은 7개월 만에 60억달러를 넘었다. 한경DB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고액자산가들이 달러예금에 뭉칫돈을 넣고 있다. 금리는 연 1% 미만이지만 향후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달러 강세) 환차익을 얻을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 개인들이 달러예금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며 환차익에 대해선 세금이 붙지 않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한 달 새 1억7000만달러 늘어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개인들의 외화예금 잔액은 60억3000만달러로 전월 대비 1억7000만달러(2.9%) 증가했다. 2010년 이후 월 기준 네 번째로 많은 잔액이다. 외화예금 잔액은 작년 11월 말 57억3000만달러까지 떨어졌지만 지난달 말까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개인 외화예금의 85%는 달러예금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도 계속 늘고 있다. 예컨대 하나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3월 말 기준 34억9300만달러로 작년 말(31억6200만달러) 대비 10.46% 증가했다. 김영호 하나은행 대치동PB센터장은 “환투자 차원에서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달러예금에 가입하는 예금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 강세 전망에 인기

'환차익 노려라'…개인들 달러 예금에 '뭉칫돈'
달러예금이 인기를 끄는 것은 달러 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돼서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올 하반기엔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보통 미국의 기준금리가 오르면 달러를 빌려 신흥국 주식 등을 산 투자자들이 돈을 회수해 본국에 송금한다. 대출금리가 오르기 전에 상환하기 위해서다. 이는 글로벌 달러 강세(원·달러 환율 상승)로 연결된다. 달러예금자들은 달러를 원화로 바꿀 때 원·달러 환율이 오른 만큼 수익이 난다.

김경선 신한은행 방배지점 PB팀장은 “투자 차원에서 달러예금을 하는 예금자들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에 베팅하는 것”이라며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00원 밑으로 하락하면서 단기 저점으로 본 일반인이 돈을 예금에 넣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차익은 비과세되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연 0.7% 이자율의 1년 만기 달러예금에 넣고, 원·달러 환율이 1100원에서 1년 뒤 1200원이 되면 환차익만 90만9090원이 발생하고, 이 차익에 대해선 세금이 붙지 않는다. 0.7%의 이자에 대해서만 이자소득세 15.4%가 부과된다. 박상훈 우리은행 잠실역지점장은 “환차익에 비과세된다는 점은 세금에 민감한 고액자산가들에게 매력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환율 하락땐 손실 눈덩이

달러예금의 단점도 있다. 달러예금은 금리가 연 1% 미만이다. 고액자산가들이 5만달러 이상 예금해도 달러예금 금리(1년 만기 기준)는 최대 0.7% 수준이다. 수시로 입출금할 수 있는 계좌는 0.05~0.07%까지 금리가 낮아진다. 사실상 무이자 상품이다. 김 팀장은 “달러예금의 낮은 금리에 만족 못하는 투자자를 위해선 연 1% 정도의 달러환매조건부채권(RP)이나 달러로 투자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을 권한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이 가입시점보다 하락하면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것은 위험요인이다. 가령 원·달러 환율이 1년 만에 1100원에서 1000원으로 내려가고 달러를 원화로 바꾸면 연 9%의 손실을 보게 된다. 한 증권사 PB는 “달러의 변동성이 신흥국 통화보다 작다고 해도 환율에 투자하는 것은 항상 위험(리스크)이 크다”며 “유학생 자녀를 둬 달러 수요가 꾸준하지 않은 경우엔 신중하게 가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