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박스권 전 고점인 ‘2050벽’에 번번이 가로막혔던 요인 중 하나로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꼽힌다. 올 하반기로 예정된 금리 인상이 현실화하면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자금이 대거 미국으로 빠져나갈 것이란 우려가 지수 상승의 발목을 잡아왔다는 설명이다.

[증시 '4년 박스권' 벗어난다] 미국 금리인상이 악재?…"코스피엔 호재"
하지만 미국 금리 인상을 악재로만 볼 수 없다는 목소리들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역설적으로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여야 할 만큼 세계 경기가 회복됐다는 측면이 부각될 경우 투자심리가 호전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마지막 시기는 2004년 6월이다. 당시 미 중앙은행(Fed)은 연 1.0%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2년간 17차례 올렸다. 2006년 6월의 기준금리는 연 5.25%.

미국이 금리 인상을 시작한 직후엔 코스피지수가 빠졌다. 2004년 5월 말 803.84였던 지수는 같은 해 6월 말 785.79, 7월 말 735.34로 조정을 받았지만 8월부터 ‘나이키 커브’ 모양으로 상승세를 탔다. 미국 금리가 최고조에 달한 2006년 1400선을 돌파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의 금리 인상기도 마찬가지였다. 그해 2월 581.67까지 곤두박질쳤던 코스피지수는 6개월 만에 66.4% 올랐다. 투자자들은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상장사 실적이 세계 경기 회복 영향으로 개선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뒀다.

1994년 1월에 이뤄진 미국 금리 인상도 한국 증시엔 호재였다. 1년 만에 연 3.0%에서 6.0%로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1년간 코스피지수는 18.9% 뛰었다.

김한진 KTB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올 하반기에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이지만 악재로만 볼 수 없다”며 “특히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디다는 점을 감안할 때 빠른 템포의 금리 인상은 무리”라고 말했다. 그는 “2004년 사례처럼 완만한 금리 인상과 경기회복, 코스피지수 상승이 어우러지는 모습이 연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금리와 코스피지수 역시 중·장기적으로 ‘정(正)의 상관관계’가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지금과 같은 금리 인하기엔 기존 채권형 상품의 투자가치가 올라갈 것이란 기대가 있어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자금 이동을 막지만 금리가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 주가엔 긍정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리기 시작한 지난해 8월부터 올 3월까지 국내 채권형 펀드로 13조원가량 유입됐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