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가계대출이 2월에만 3조4000억원 증가했다. 2월 대출 증가율로는 2002년 이후 13년 만에 최대다. 전세난 탓에 내집마련을 위해 저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수요자가 늘어난 게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가계 부채가 늘어나는 데 대한 우려가 많지만, 주택 구입 등 실수요에 따른 대출 증가인 만큼 내수 경기 진작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31일 국내 은행의 대출채권을 분석한 결과 2월 말 가계대출 규모는 522조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기업 대출(719조원) 대비 73% 수준이다. 가계 대출은 올 1~2월에만 3조9000억원 불어났다. 전년 1~2월 7000억원 감소했던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상승세다.

대출 행태도 달라졌다. 신용 대출은 갚고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대출은 늘었다. 1~2월 주택담보대출이 5조6000억원 증가한 데 반해 신용 대출은 1조7000억원 줄었다. 2013년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 각각 11조9000억원과 2조6000억원 증가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올 들어 대출금리가 하락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높은 신용 대출을 축소한 것으로 대부분 가계의 이자부담은 감소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작년의 급증세를 이어갔다. 올 1~2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전년 같은 기간(6000억원) 대비 9배가량 많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 주택담보대출(37조3000억원) 규모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이영로 금융감독원 가계신용분석팀장은 “주택 거래량이 급증하는 데 비해 주택 가격은 물가 상승률 범위 내에서 움직이고 있다”며 “투기 수요가 많았던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과는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