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이 억지로 저금리 유지하면 인플레이션 발생"

미국이나 다른 주요 국가에서 금리가 낮게 형성되는 현상은 중앙은행의 저금리 정책 때문이 아니라 그 나라의 경제 상황을 반영한 때문이라고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주장했다.

2006년 2월부터 2014년 1월까지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을 이끌었던 버냉키 전 의장은 30일(현지시간) 미국 정책연구기관 브루킹스연구소 블로그에 게재한 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현재 브루킹스연구소 특임연구원(펠로)으로 활동중인 버냉키 전 의장은 "금융업계 사람에게 '왜 이자율이 이렇게 낮으냐'고 물으면 대부분 '연준이 저금리를 유지하기 때문'이라고 답하겠지만, 이는 극히 제한된 상황에서만 맞는 말"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버냉키 전 의장은 "중앙은행이 완전 고용과 완전 투자를 추구한다면, 시장금리가 균형실질이자율에 접근하도록 통화정책을 쓸 것"이라며 "지난 몇 년간 취약했지만 회복되고 있는 (미국) 경제의 균형실질이자율은 아마도 마이너스였을 것이고 따라서 연준이 성급하게 금리를 올리는 일이야말로 잘못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균형실질이자율은 노동이 완전 고용되고 자본이 완전 투자된 상태에서의 이자율인 균형이자율과,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경우의 이자율인 실질이자율을 함께 아우르는 개념이다.

연준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2월부터 6년여 동안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 목표치를 0~0.25%로 설정하는 '제로금리' 정책을 고수하고 있고, 이 정책은 버냉키 전 의장의 후임인 재닛 옐런 현 의장도 유지하고 있다.

버냉키 전 의장은 "일부에서 연준이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함으로써 금융시장을 왜곡한다고 주장하지만, 중앙은행이 어떤 행동을 하든 통화 공급량과 그에 따른 단기 금리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균형이자율을 추구하기 위해 그런 영향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고, 그런 현상은 절대 인위적이지 않다"는 논리를 폈다.

그는 "최근 몇몇 주요국 중앙은행에서 성급하게 금리를 올렸다가 악화된 경제 상황이라는 압박을 받게 된 사례가 있었다"며 "실질이자율을 안정적으로 정하는 주체는 연준이 아니라 경제상황"이라고 말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이날 브루킹스연구소 홈페이지 안에 개설한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경제 현안에 대한 글을 싣고 한편으로 가르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배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