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오너 3세 전진 배치…세대교체 '가속'
국내 주요 중견기업의 ‘3세 세대교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최근 주주총회에서 오너 3세가 잇따라 계열사 등기이사를 맡아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어서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36.5세. 일선 현장에서 경험을 쌓거나 회장을 보좌하던 역할에서 벗어나 경영능력 입증에 나선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비교적 이른 30대의 3세들을 경영 전면에 내세운 것은 조기 경영수업을 통해 ‘오너 리스크’를 줄이려는 의미”라고 말했다.

◆‘30대 오너 3세’ 경영 전면에

27일 유진기업 주총에서는 유경선 회장의 장남 유석훈 경영지원실 총괄부장이 등기인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유 회장은 지난 1월 “미래 먹거리 발굴 같은 그룹의 큰그림을 그리겠다”며 지주회사 격인 유진기업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직을 사임했다. 33세의 유 부장은 연세대를 졸업하고 유진자산운용과 경영컨설팅업체 AT커니를 거쳐 지난해 유진기업 부장으로 입사했다. 회사 관계자는 “유 부장이 쌍용양회 동양시멘트 등 동종업계 인수합병(M&A)과 유통 등 신규사업 진출로 외형 확장에도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견기업 오너 3세 전진 배치…세대교체 '가속'
유진기업의 최대주주는 지분 11.56%를 갖고 있는 유 회장이며 유 부장의 지분율은 2.82%다.

한솔그룹도 같은 날 조연주 한솔케미칼 기획실장을 등기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장녀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장손녀이자 조동혁 명예회장의 장녀다. 한솔케미칼 주식을 직접 보유하고 있는 한솔의 오너 3세는 조 실장뿐이다. 한솔 관계자는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동욱 무림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도균 무림페이퍼 전략기획실장(전무)도 같은 날 무림페이퍼, 무림SP, 무림P&P 등 3개 계열사의 등기이사로 데뷔한다. 이 전무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2007년 무림페이퍼 영업본부장으로 입사해 2010년 상무, 2012년 전무로 승진했다.

이번 등기이사 선임으로 경영수업 8년 만에 직접 이사회에 참여해 경영권을 행사하게 됐다.

◆대 잇는 형제경영

‘형제경영’으로 잘 알려진 세아그룹은 3세 사촌들이 이미 시동을 걸었다. 고 이운형 회장의 아들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전무와 이 회장의 동생 이순형 회장의 아들 이주성 세아제강 전무가 각각 그룹 계열사 이사를 맡기로 했다.

철강업계는 이들 3세가 공격적으로 나서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 입지를 굳히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이태성 전무는 지난해 포스코특수강의 인수 전면에 나서며 인수합병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주성 전무는 지난해 이탈리아의 특수강 강관업체인 이녹스텍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SPC그룹 오너 3세인 허진수 파리크라상 전무와 허희수 비알코리아 전무는 지난 20일 삼립식품 주총에서 나란히 등기임원으로 신규 선임됐다.

허진수 전무와 허희수 전무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장남과 차남으로 이들은 각각 삼립식품 지분을 11.47%, 11.44%만 보유한 채 그동안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삼립식품은 SPC그룹의 모태기업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