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심대출 ‘광풍’ > 안심전환대출 출시 이틀째인 25일 오전 한 소비자가 서울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창구에서  상담을 받으며 전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안심대출 ‘광풍’ > 안심전환대출 출시 이틀째인 25일 오전 한 소비자가 서울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창구에서 상담을 받으며 전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연 2%대의 고정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을 은행권에 이어 제2금융권 대출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틀 새 9조원이 몰릴 만큼 수요가 급증하면서 계획했던 연간 한도(20조원)를 늘리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고정금리로 돈을 빌려 이미 원금을 갚고 있는 채무자는 이 대출을 신청할 수 없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세금을 들여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안심대출, 2금융권 확대 검토"
금융위원회는 25일 “전환대출 대상을 은행권에서 2금융권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다만 정해진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위는 은행들에 연간 한도를 다 채울 때까지 신청을 받으라고 주문한 데 이어 한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안심전환대출 한도를 늘리려면 주택금융공사의 자본금을 증액하거나 주택저당증권(MBS)의 지급보증배수를 확대해야 한다.

대출금리를 낮춰야 하는 은행권에서는 민간 계약에 정부가 사실상 개입한 것이라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는 이날 안심전환대출 실적을 2만9792건, 3조1925억원으로 잠정 집계(오후 6시 기준)했다. 26일 오전 확정 실적 발표에 앞서 금융위는 이틀간 누적 대출이 9조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했다.

안심전환대출의 열기가 뜨거워지자 정부는 대출 대상과 한도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에 따른 우려와 논란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전환 대상인 변동금리 대출의 평균 금리는 연 3.5% 선이다. 반면 안심전환대출은 연 2.6% 선의 고정금리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0.9%포인트 차이가 발생한다. 고려해야 할 여러 변수가 있지만 이 금리 차의 절반은 주택금융공사가 은행과 함께 설정비와 취급수수료, 마진 등을 아껴 마련한다. 나머지 절반은 공사가 그동안 쌓아 놓은 이익잉여금 등 자본에서 충당한다.

이에 따라 일부 계층의 금융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사실상 세금을 투입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공사 관계자는 “안심전환대출은 마진이 거의 없거나 향후 자금시장 상황에 따라 역마진이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사가 손실을 떠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공사가 부실해지면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국민주택기금 등에서 추가 출자를 통해 증자해야 한다.

한 민간금융연구소 대표는 “결국 정부 돈을 들여 특정 차입자를 지원하는 것인데 과연 이 구조가 합리적인지 모르겠다”며 “일부에게만 선착순으로 기회를 줘 ‘안심전환 로또’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꼬집었다. 정부의 시혜성 조치가 ‘언젠가 또 빚을 깎아주겠지’라는 기대를 확산시켜 다수 차입자의 도덕적 해이를 부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형평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고정금리 대출을 받았던 사람들이 ‘역차별’을 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준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일부만 수혜를 보는 정책에 국민의 세금을 이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부채 증가 속도와 상환 능력 약화를 고려하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 연 3.5%가량의 기존 대출 금리를 연 2% 중반으로 낮춰주면서 예대마진 감소가 불가피한 데다 예상을 뛰어넘는 돌풍으로 기존 은행 대출이 거의 ‘올스톱’되다시피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은 “안심전환대출 1차 한도인 20조원이 모두 소진될 경우 은행권 손실이 1400억~1600억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안심전환대출은 고정금리 비중을 높이기 위한 맞춤형 가계부채 대책”이라며 “저소득층 등을 포함한 서민금융 지원 대책은 따로 마련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장창민/김일규/박한신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