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갈수록 힘을 잃고 있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2만8천달러로 3만달러에 바싹 다가섰지만 경제 성장세가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정된 올해는 '환율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는 선진국에 진입하는 기준선으로 인식되지만 한국은 2006년부터 10년 가까이 2만달러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가계가 전체 국민소득에서 가져가는 몫은 더욱 줄었다.

체감 경기가 그만큼 팍팍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 올해 1인당 소득 3만불 달성도 어려울 듯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의 전제 조건은 경제성장률과 환율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3%대 중반,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면 이르면 올해 3만달러 달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 2만8천831달러, 올해 경제성장률 3.6%, 1,040원대의 원·달러 환율 등을 전제로 한국이 올해 세계 7번째로 '30-50 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인구 5천만명)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그러나 기대에 못 미친 성장세 등으로 이런 전망은 점점 힘을 잃고 있다.

당장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2만8천180달러에 그쳤다.

여기에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 3.9%로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1월 이미 3.4%로 낮췄고, 추가 하향 조정도 예고한 상태다.

이달 들어서는 올해 한국 경제가 2%대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지난 10일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5%로 내렸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천100원대에서 등락하는 점에 비춰볼 때 올해는 환율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2013년에 평균 1,095원이던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1,053원으로 하락(원화가치 상승)하면서 지난해 달러 환산 GDP는 8.0% 늘었다.

환율로만 3.8%의 증가 효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올해는 중반 이후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가치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저물가도 3만달러 달성을 멀어지게 할 수 있는 요소다.

국민소득이 증가하려면 실질성장률보다 물가상승률이 포함된 경상성장률이 올라야 한다.

물가는 최근 3개월 연속 0%대 상승률이 지속되는 등 낮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경기 침체와 국제유가 급락으로 1% 초반대의 물가가 유력해지고 있다.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각종 지표가 기존 전망의 전제치에서 벗어난 상황이어서 올해는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달성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며 "내년에는 가능성이 있지만, 환율 부분이 큰 변수여서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2만 달러'에 머무는 국민 체감경기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에 가까워졌다지만 가계가 체감하는 소득은 다르다.

지난해 1인당 GNI인 2만8천180달러(약 2천968만원)로 본다면 4인 가족 연소득이 1억2천만원은 된다는 계산이 나오지만 1인당 GNI는 국민 개개인의 실제 소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GNI에는 가계가 벌어들인 소득 외에 기업·정부 소득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1인당 GNI에서 가계가 가져가는 몫인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은 지난해 56.0%로 전년(56.1%)보다 소폭 줄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62.6%(2012년 기준)에 여전히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민의 주머니 사정을 가장 가까이 반영하는 PGDI는 세금·연금 등을 빼고 개인이 임의로 쓸 수 있는 소득을 뜻한다.

지난해 1인당 PGDI는 1만5천786달러(약 1천626만원)로 전년보다 1천81달러(7.4%) 증가했다.

늘어나기는 했으나 1인당 GNI보다 증가 폭이 낮다.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노동소득분배율은 지난해 62.6%로 전년보다 0.9%포인트 높아졌다.

그러나 이는 기업이 창출한 이익이 임금을 통해 가계로 흘러가서가 아니라 기업의 이익이 줄어 인건비 비율이 높아진 결과다.

주머니 사정이 시원치 않았던 가계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돈을 쓰지 않았다.

지난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1.8%로 정부소비 증가율 2.8%를 밑돌았다.

가계저축률은 6.1%로 전년보다 1.2%포인트 상승했다.

2004년(7.4%)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김영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가계저축률이 높은 것은 경제 안정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여러 가지 요인으로 가계 소비성향이 낮아진 점은 경기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박초롱 기자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