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미국 기업들, 강달러에 순이익 감소
미국의 명품 보석 브랜드인 티파니는 최근 3개월간 매출이 13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 줄었다. 매출 감소는 5년 만에 처음이다. 회사는 매출 부진의 원인을 달러 강세 탓으로 돌렸다. 티파니는 달러 가치가 변동이 없었다면 분기 매출이 오히려 3% 증가했을 것이라며 올해 연간 순이익 증가율도 달러 강세 여파로 최소폭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 1분기 S&P500지수에 편입된 대기업의 순이익 증가율은 4.9%로 지난해 9월 예측한 9.5%의 절반 수준에 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WSJ는 순이익의 46%가량을 해외시장에서 벌어들이는 미국 대기업들이 달러 강세 여파로 수익 구조가 취약해진 탓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연간 순이익 증가율도 2.1%에 그치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가장 저조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6개국 통화와 달러화 가치를 비교한 달러지수는 최근 1년간 25% 급등했다. 유로화에 대해서는 최근 1년간 27%, 올해 들어서는 12% 절상됐다. 티파니의 지난해 매출 중 37%가 한국과 일본, 중국,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발생했으며 유럽과 중동까지 포함한 해외시장 의존도는 53%에 달한다.

오라클도 최근 발표한 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줄었다며, 달러화 가치가 예상 수준을 유지했다면 오히려 7% 늘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대표적 생활용품 기업인 P&G도 오는 6월 말 끝나는 올해 회계연도 세후 순이익이 14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스포츠용품 기업인 나이키도 강달러에 발목이 잡혔다. 2014년 12월부터 올 2월까지 3개월간 순이익은 16% 증가한 7억9100만달러를 기록했지만 달러 강세 여파로 매출은 예상치를 밑돈 74억6000만달러에 그쳤다. 같은 기간 유럽 매출 증가율이 10%를 기록했는데 환율 영향이 아니었다면 21%에 달했을 것이라고 나이키는 설명했다.

대기업들과 달리 미국 중소기업들은 달러 강세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작게 받고 있다. 해외 순익 비중이 평균 19%로 낮은 반면 내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