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내 품격, 책상을 보면 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와 워런 버핏 벅셔 해서웨이 회장의 책상 사진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잡스의 책상이 온갖 서류와 애플 아이맥 등으로 빼곡한 반면 버핏의 책상은 전화기와 메모지 신문 등이 전부였다. 버핏은 “컴퓨터 없이도 종이 몇 장과 전화기만 있으면 투자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했다.

파울루 코엘류 만년필(1425만원)
파울루 코엘류 만년필(1425만원)
대부분 직장인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책상이다. ‘책상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어떤 제품이 놓여 있는지를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다.

실내 인테리어에 꽂힌 주부들이 많듯 자신의 책상을 꾸미는 ‘데스크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명품 업체들은 이들을 겨냥해 필기구, 탁상시계 등 고급 사무용품을 선보이고 있다.

몬테그라파는 1912년 등장한 이탈리아 최초의 만년필 브랜드다.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은 2000년 블라디미르 푸틴에게 권력을 넘겨 주면서 자신이 쓰던 몬테그라파 ‘더 드래건’ 만년필을 물려줬다. 다이아몬드 에메랄드 금(18k)으로 만든 ‘파울루 코엘류 만년필’(1425만원), ‘브루스 리 실버 드래건 만년필’(636만원)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파버카스텔 ‘퍼펙트 펜슬’(33만원)
파버카스텔 ‘퍼펙트 펜슬’(33만원)
연필에도 명품이 있다. 1761년 설립된 독일 파버카스텔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연필 회사로, 육각 모양의 연필을 처음으로 디자인했다. 빈센트 반 고흐가 즐겨 쓴 브랜드로도 유명하다. 캘리포니아산 삼나무와 백금 순금 등으로 만든 ‘퍼펙트 펜슬’(33만원)은 지우개, 연필깎이가 내장돼 있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애트모스 리에디션 1930(3100만원대)
애트모스 리에디션 1930(3100만원대)
스위스 예거르쿨트르 탁상시계는 샤를 드골, 존 F 케네디 등 유명인들의 책상을 장식했다. ‘애트모스’ 모델은 태엽을 감지 않아도 영원히 멈추지 않고 작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중 1930년대 제품을 콘셉트로 만든 ‘애트모스 리에디션 1930’(3100만원대)은 30개만 한정 생산됐다.

제일모직이 운영하는 편집숍 10 꼬르소꼬모에서는 이탈리아 포르나제티의 재떨이 ‘애시트레이’(37만원)를 판매하고 있다. 나침반을 본뜬 아기자기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모든 제품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만든다.

피나이더 ‘1949 조립식 데스크 세트’(681만원)
피나이더 ‘1949 조립식 데스크 세트’(681만원)
데스크패드 연필꽂이 메모함 명함첩 등을 갖춘 데스크 세트도 전문직 남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탈리아 피나이더의 ‘1949 조립식 데스크 세트’(681만원)는 가방 모양으로 만들어져 출장 시 그대로 접어 들고 갈 수 있다. 11개 수납공간에 각종 사무용품을 넣을 수 있다.

피나이더는 장인들이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명품 종이’로도 유명하다. ‘선박왕’ 오나시스와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가 피나이더 제품으로 연애편지를 주고받았다. 2009년 유럽 G8 정상회의 때 각국 정상들에게 공급됐을 만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가격은 50장에 20만원 정도로 비싸다.

최신 트렌드에 맞춘 제품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보스 ‘스피커 사운드링크 미니’는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초소형 블루투스 스피커로 가격은 29만9000원이다.

2030 유혹하는 백화점

롯데, 伊·日 등 30여개 브랜드 전시
현대, 편집숍 인바이트엘 운영
갤러리아, 英 왕실이 인정한 브랜드 품어


고급 사무용품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백화점 업계도 이들을 겨냥한 전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서울 소공동 본점,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경기 수원점 등에 자체 편집매장인 다비드 컬렉션을 운영 중이다. 이탈리아 영국 일본 등에서 들여온 30여개 브랜드의 사무용품과 데스크 액세서리를 판매한다.

독일 데스크 액세서리 브랜드 트로이카는 세련된 디자인이 특징이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해 20~30대가 많이 찾는다고 백화점 측은 설명했다.

헬리콥터 문진
헬리콥터 문진
자석 기능이 있는 돌멩이 사이에 명함, 메모지 등을 끼우는 ‘클리퍼’(9만9000원), 펜과 문진 등으로 쓸 수 있는 ‘헬리콥터 문진’(9만1000원) 등이 인기다. 터치펜, 안경나사 드라이버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그라피트 볼펜’(4만6000원)도 있다.

현대백화점 목동점에는 수입 사무용품 편집숍인 인바이트엘이 있다. 1930년대 만들어진 영국 앵글포이즈는 세계 최초로 각도 조절 램프를 선보인 전통 있는 스탠드브랜드다.

영국 산업디자인의 거장으로 꼽히는 케네스 그레인지가 만든 ‘TYPE 75’(30만원) 등 다양한 품목을 갖췄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지난해 명품관에 영국 문구 브랜드인 스마이슨 매장을 열었다. 1887년 탄생한 스마이슨은 영국 왕실이 인증한 ‘로열 워런티’ 브랜드다.

양가죽 노트(8만9000원), 송아지 가죽으로 만든 노트북 케이스(94만원) 등 각종 문구와 잡화 제품을 판매한다. 표지에 원하는 문구를 금장이나 은장으로 새길 수 있다.

글=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
사진=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